얼마전 어느 기업의 컨설팅자문 의뢰를 받고 업체를 방문해서 회의를 한 적이 있다. 그 업체는 해당 분야에서 어느 정도 안정된 지위를 확보한 중견기업이었다. 아침 일찍 오너 경영자와 주요 임원 몇 분들과 임원회의를 가졌다. 그런데 한 임원이 사정이 생겨 20분 정도 늦게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자 경영자는 그 임원을 세워놓고 온갖 욕설로 모욕감을 주었다. 회의가 끝난 후에도 경영자는 자기 회사에 근무하는 임원들과 직원들에 대해서 평가절하하면서 회사의 어려움이 모두 직원들의 탓이고, 경영자 스스로가 일일이 챙겨야만 일이 진행된다는 얘기를 필자에게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있으면서 필자는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초기 기업의 오너 경영자는 스스로 회사를 이끌고 뛰면서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회사 매출규모가 창업초기와 달리 상당히 커져가는 상태에서도 경영자가 모든 것을 직접 챙기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경영을 계속하면 경영자 본인도 체력적으로 한계가 오게 되고, 경영자 주변에는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거나 솔선수범하여 일하는 사람은 없고, 오로지 경영자의 지시만 기다리며 수동적으로 일하는 사람들만 남게 된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업 성장에 따라 조직구조를 개편하면서 조직 중심으로 업무가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중심으로 일하는 것이 익숙했던 사람들을 조직중심으로 일 할 수 있도록 업무처리 플로우나 프로세스를 새롭게 정립하고, 각 프로세스별 업무 표준도 만들어 지속적으로 반복 교육하며 실행여부를 점검해 나가야 한다. 특히, 전결규정도 만들어서 권한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몇몇 사람에게 집중되어 수행되던 업무도 업무 분장을 새롭게 해서 부서간, 개인간 업무 영역을 정해야 한다. 그러면서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고 성과가 높은 직원들은 확실하게 포상해서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초기 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고, 다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지 매출 성장만이 아니라 그에 걸맞는 조직과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조직문화도 확립해 나가야 한다. 기업 경쟁력은 하루 이틀만에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초기단계에서는 경영자와 몇몇 직원들의 노력으로 사업의 영위가 가능하지만 일단 어느 정도 궤도에 진입하게 된 후에는 기술을 어떻게 유지 개발하고, 생산, 품질에 대해서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지에 대해서도 조직적인 접근과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창업 초기에 작은 조직에서 경영자 자신의 의사결정이 곧바로 실행이 되고, 결과가 피드백 되는 구조는 시장을 대응하는데 여러 가지 유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일정규모의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필연적으로 조직을 갖추어 사람중심에서 조직중심으로 관리하고, 조직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 나가야 경쟁력있는 강한 중소.중견기업으로 발돋음할 수 있다.

나종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강소기업이 경쟁력이다] (9) 성장단계, 사람중심에서 조직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