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도록 공무원 공부를 하고 있다는 여성분이다.

20대 초반에 시작한 도전이 어느새 30대 초반을 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그녀의 삶에는 변화가 없다. 시골의 어머니가 어디 가서 사주(四柱)를 보았는데 10년 대운(大運)이 들어왔다며 시험에 붙어도 몇 번을 붙었을 텐데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한탄을 하신다고 했다.

중급(中級) 정도의 관(官)의 모양으로 고급(高級)의 관을 생각하고 있다. 다 달콤한 유년(遊年) 운의 흐름이 부추기는 탓이라 의지는 높이 살만하지만 아쉽게도 궁(宮) 주변 상황은 공망(空亡)에 천망사장(千網四張) 주작투강(朱雀投江)이라 현재의 도전에 함정(陷穽)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원하는 문서에 하자(瑕疵)가 생겼을 때는 문서를 반납을 하든지 아니면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껏 도전해온 용기와 의지는 당연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유연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타고난 명국(命局)이 자신의 생각과 관(官)과 문서(文書)가 마치 연리지(連理枝)처럼 연결되어 한 몸이 되어 있으니 다른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까운 점수 차이로 떨어지면 그다음 해는 합격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이니 참으로 답이 없다”고 한탄을 한다.

“그동안의 노력과 수고를 생각하면 당연히 합격(合格)이라는 결과로 보상받아 마땅하지만 아직 그 보상을 받기에는 때가 아닙니다.”

기나긴 터널의 끝은 아직 일 년이나 더 남아있다. 이 터널의 밖은 다행히도 흙길이 아닌 꽃길이 펼쳐진다. 이 길을 걷는 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눈높이를 낮추는 것과 이미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하루빨리 회복(回復) 하는 것이다. 몸에 디스크가 와 제대로 앉아 있기가 어려웠을 정도로 불편했기 때문이다. 몸이 지치면 마음도 지치기 마련이다..

함께 공부하고 있다는 불혹(不惑)의 나이를 바라보는 남성분이다.

평안 감사도 제가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좌충우돌하는 오행(五行)의 모습은 마치 절이 싫어 중이 떠나는 모습이요, 길가에 버려진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자기 합리와의 성향이 강하다. 이러한 성품은 사회성에 여러 제약조건이 따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궁(中宮)의 귀(鬼)만이 자존심을 회복하라고 부추기고 있으니 공기업 취업에 대한 도전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유년운(遊年運)인 고시원에서의 8년은 기간 내내 학마운(學魔運)의 흐름이 펼쳐지고 있다. 학업과는 인연이 먼 흐름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니 어지간히 노력을 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주변 상황을 암시하는 격국(格局)을 살펴보니 을가계위 녹야조로(乙加癸爲 祿野朝露)이다. 숲 속에 아침 이슬이 내린 형상으로 기운을 감추는 수도(修道)에 적당하고 숨어서 하는 일이 길한 기운이라 입산수도자의 마음으로 공부를 해야만 한다.

더욱이 오행의 흐름은 합격증(合格證)이라는 문서가 경쟁자들에게만 가고 나에게는 오지 않는 모양새요 구천(九天)이라는 꼬리표는 이별(離別) 수니, 마치 문서를 받아든 다른 공시(公試) 생들은 하나둘 떠나가고 상담자는 씁쓸히 그 모습을 지켜보는 그림이 그려진다.

“함께 공부하고 있는 분들 중에 그동안 몇 명이나 떠나보내셨나요?”

“네..몇 명은 먼저 보냈습니다!…” 멋쩍은 듯이 웃는다..

“지난 기간 제대로 공부 판 한번 벌리신 적 있나요? 올해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향후 몇 년은 제대로 한판 벌리셔야 하는데.. 어쩌면 마지막 학업운(學業運)이 될 수도 있습니다..”

“네.. 이제는 저도 진심 배수의 진을 쳐 볼까 합니다..”

유년운의 흐름이 변하면 마음의 자세 또한 임(臨) 하기 마련이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성격이라 그 말에서 비장함이 느껴진다. 함께 점심 식사를 하자는 제안에 둘은 흔쾌히 동행을 하였다. 식사하는 커플의 모습은 상이(相異) 하였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모습의 여성분과 오래간만에 밥을 맛있게 먹는다는 남성분의 모습이다. 당연 현재의 마음을 대변하는 행동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에 없는 말은 할 수 있지만 마음에 없는 일은 하지 못한다. 짧지 않은 도전의 기간 역시 다 타고난 정명(定命)의 소관임을 알기에 아무쪼록 이 시기를 잘 극복하여 앞으로는 꽃길만을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 노량진 공시(公試) 족 커플의 러키한 내일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