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큰 고민은 “책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이다. 지난 10년간 두어 권의 책을 쓰고 공동번역을 포함하여 4권의 책을 번역했지만, 최근 5년간 이렇다 할 책을 쓰지 못한 갈증에 빠져, 멋진 책 한 권을 더 써야겠다는 욕망에 사로 잡혀 있다.



어떤 책을 쓸까 고민하며 서점을 둘러 보지만, 분야별로 유사한 책들이 너무 많아 선택이 쉽지 않다. 자기계발에 관한 서적이나 인문학 책들도 유행처럼 넘치고 있다. 하루에 120권 이상의 책이 쏟아져 나온다는데, 그런 시장에 내 책을 한 권 더 올려 놓는다 한들 특별히 눈에 띄기도 어렵겠지만 독자들에게 아주 특별한 필요성을 제공하기도 쉽지 않겠다는 우려를 감출 수가 없다.



이런 고민을 하다가도, 별 어려움 없이 좋은 책을 잘 쓰는 분들을 만나면 부럽기도 하고 존경심도 더해지면서 나도 쉬운 책 한 권 써야겠다는 욕심이 또 생긴다. 어떤 분은 매년 책 한 권씩 출판을 하기도 하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동시에 두세 권을 써나가는 분도 있다.


지난 해 가을, 출판사와 책 한 권을 쓰기로 하고 구체적인 협의를 하던 중, 어느 순간에 멈추었다.


“독자들의 시간과 돈을 강탈하지 않기 위해 함부로 글을 쓰지 말라.”는 쇼펜하우어의 조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부르크너는 교향곡 9번을 10년 동안 작곡을 하면서 “제발 이 곡을 완성할 때까지 제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라는 절규를 하면서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브람스도 교향곡 한 곡을 20년 동안 작곡을 했으며, 미켈란젤로는 4년 반 동안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에 그림을 그리며 허리 통증과 피부염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들의 고통 어린 창조물은 지금 세계적인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성공을 이룬 사람들 중에는 실패의 쓴 맛을 보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다.

농구의 황제 마이클 조던은 고등학교 농구부에서 쫓겨나 방문을 잠근 채 울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4살 때까지 말을 잘 하지 못해 “큰 인물이 되기 힘들 거다.”라는 평을 들었으며, 월트 디즈니는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문사에서 쫓겨났고, 오프라 윈프리는 TV에는 맞지 않는다면 뉴스 앵커에서 탈락되었으며, 비틀즈의 음악은 장래성이 없다며 음반제작 회사에서 거절 당했다고 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뒤안길에는 크고 작은 실패들이 있었고,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실망도 있었으리라. 포기하고 싶거나 다른 길로 가고 싶은 유혹은 또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꿈과 목표를 향해 정진하고 전진했던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성질이 유난히 급하다고 한다. 뭐든지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참을 줄을 모르고 기다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인터넷과 휴대폰의 영향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분명히 기다리고 참을 줄 아는 능력도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실수와 실패를 통한 땀과 눈물의 고통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책을 쓰고 싶어하면서 단숨에 책 한 권을 출판하고 싶은 욕심을 가졌던 자신의 부끄러움을 느끼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모습은 어때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