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접사
한동안 미친듯이 접사사진을 찍었다
접사의 대가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아주 작은 꽃에 매력을 느꼈다

접사의 포인트
무조건 가까이 다가서라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라
조리개를 취대한 줄여라
줌을 가능한 한 쓰지 마라
플래쉬를 절대 쓰지 마라
셔터를 누를 때 숨을 쉬지 마라

수수알만한 꽃이 모니터화면에 가득차게 나올 때
눈으로는 미쳐 보지 못했던 꽃의 아름다움이 보일 때
하루 종일 행복했었다

한동안 미친듯이 애인을 만났다
오로지 사랑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신선한 그 사람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열애의 포인트
무조건 자주 만나라
만나는 이유를 따지지 마라
그 사람을 향한 눈의 조리개를 줄여라 ( 나쁜 점 들추지 마라 )
100% 내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지 마라
절대 비밀을 유지하라
순간순간 있을 때 최선을 다하라

피곤하고 삶에 지칠 때
그 사람의 미소가 환하게 나에게 새힘을 줄 때
사랑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접사만이 꽃사진의 다가 아니듯이
열애만이 사랑의 다가 아님을 이제 배운다
그 꽃이 있는 그 자리에서
자연과 가장 어우러지는 장면을 포착해내는 사진
그것을 배우고 싶다

있는 듯 없는 듯
애인인 듯 아닌 듯
그 사람에게 빛이나 그림자가 되지 않고
그 사람이 있는 그 자리에서
나와 가장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사랑
그것을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