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인도네시아 현지공장으로 부임하는 후배에게 “돈을 많이 벌어서 꼭 인도네시아 국제공항에 한국식당과 면세점을 차려라”고 부탁했다. 후배는 그렇게 해보겠다며 껄껄 웃었다. 이유는 LA 등 국제공항에서 식사나 쇼핑을 하려면 주로 일본인 식당이나 면세점을 이용하게 돼 은근한 질투가 났고 한국음식을 파는 식당이나 면세점이 국제공항 내에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에서였다.

이민 역사가 긴 중국이나 일본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 로스엔젤레스공항이나 센프란시스코공항에 점포를 낼 수 있었으나 이민 역사가 짧은 우리는 현지에서 부를 축적할 시간도 짧고 공항점포를 선점 할 조건도 안 되었을 것임을 짐작한다.

그러나 식사를 위해 일본인 식당과 일본인 면세점에서 물건을 살 때 면 질투심이 솟는다. 이국의 공항에서 불고기도 먹고 떡볶이도 먹을 수 있다면 한국인은 물론 좋고 외국인들에게 한국음식을 알릴 수도 있어서 좋겠다는 아쉬움의 발로였을 것이다.

최근 보도를 보면, 한식세계화추진단이 발족하여 한식의 우수성을 문화로 표현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한국의 대표음식인 비빔밥을 소재로 ‘비밥 코리아(Bibap Korea)’라는 공연을 만들어 한식세계화를 위한 콘텐츠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전통주 복원, 기내식에 비빔밥 제공확대 등도 그 의지인 것 같다.

한편, 뉴욕과 홍콩총영사관 및 유엔대표부에서는 개천절과 세계한인의 날을 기념하는 한식 세계화 행사를 열면서 각국 외교사절과 각계 인사, 교민 등을 초청하여 한식행사를 벌였다고 한다. 이때 총영사는 앞으로 한식이 세계적인 음식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를 밝혀 한식의 세계화에 관심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한식세계화전략이 추진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방법에 대해 전문가들이 이견을 제기하는 보도를 보았다. 한 식품영양학교수는 정부가 ‘떡볶이’를 세계화의 첨병으로 선정한 것과 떡볶이 만에 거금 140억원을 지원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고 정책들의 우선순위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매일경제 2009.7.30).

이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필자가 언급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동안 외국공항에서 느꼈던 한국식당 존재의 아쉬움에 비추어 바라고 싶은 것은, 떡볶이에 투자할 거금 중 일부를 외국 유수의 국제공항에 한국식당을 몇 개 열고 그곳에서 비빔밥, 불고기, 떡볶이를 비롯한 우리음식을 팔도록 지원해주는 방법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출장 중에 미국 덴버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먹었던 불고기 비슷한 국적불명의 음식을 먹어보았으나 형편없었다. 만일 우리 불고기가 해외 공항식당에 진출해도 경쟁력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한국식당이 세계 유수의 국제공항에 진출하는 날이 빨리 와서 한식을 세계화하는 전초기지가 됐으면 좋겠다. LA공항에서 떡볶이를 먹는 상상만으로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