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
– 돈을 벌기 위해 일해서는 안 되는 이유 –





에피소드1. 나는 장군이다
전 공군창모총장이 2급 국방 기밀을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에 넘겨주고 25억 원을 받은 사건으로 기소되었다. 사건에 대해 그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로서 국방 기밀을 넘긴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군수업체가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 25억 원을 지불했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는 각설하고) 징병제를 시행하는 몇 안 되는 나라에 사는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에피소드2. 나는 프로선수다
국가대표를 포함한 프로축구선수들이 승부 조작에 개입한 사건이 터졌다. 여러 프로축구선수들이 체포되었고, 급기야 전직 국가대표 선수와 미래가 창창한 20대 프로선수가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에 자부심을 갖고, 경기장에 찾아가 목청이 터져라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했던 국민들의 실망이 무척 컸다.



에피소드3. 나는 저축은행 직원이다
돈 많은 VIP 고객들에게 영업정지 정보를 미리 알려주어 무더기 예금인출을 사건을 일으킨 저축은행 직원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부산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결정 발표 직전 VIP 고객 돈 1천억 원이 무더기로 인출되었기 때문이다. 영업정지 결정으로 법정 원금 외에 보상을 못 받는 고객 대부분이 서민들이라 이 사건을 접한 국민들의 분노는 매우 컸다.



국민들은 사건에 연루된 전 공군참모총장, 프로선수, 은행 직원의 행동에 실망하고 분노했다. 애국심도 없고, 프로의식도 없고, 직업윤리도 없음에 실망하고 분노한 것이다. 도대체 이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른 이유는 무엇일까? ‘돈’ 때문이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공군참모총장은 대한민국 60만 군인 중 서열 5위 계급이다. 군대 서열이 애국심의 정도는 아니지만, 일반 사병이나 장교, 장군보다는 그래도 높은 애국심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장군의 세계를 아는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장군 출신들은 국가에서 주는 연금만으로는 전직 장성의 품위를 유지하고 살기 힘들다” 그래서 “퇴역 후 돈이 필요해 사업을 시작했을 것이고 이왕에 시작한 사업이니 성공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한다.



프로축구 선수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스타이다. 아마추어 선수와 달리 실력에 따라 수억 원의 연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수억 원대 연봉을 받는 선수도 있지만, 연봉 1~2천만 원 받는 프로선수도 많이 있다. 주전 선수지만 1억 원이 안 되는 선수도 많다. 프로선수의 세계를 아는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돈 벌려고 시작한 프로선수 생활이지만, 유명 선수를 제외하고는 경기장의 화려함 뒤 현실은 직장인만도 못하다. 게다가 평생 뛸 수 있는 직업도 아니고 기껏해야 화려함은 10년이다. 치명적 부상이라도 입어 선수생활을 접으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라고 말한다.



저축은행 직원은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들이다. 저축은행은 다른 업종에 비해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부실 운영에 대한 정부 감독도 심해 VIP 고객의 중요성이 크다. 저축은행의 세계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VIP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저축은행 직원 입장에서 큰돈을 맡긴 VIP 고객에 대해 도리 차원에서라도 소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례의 전 공군참모총장, 프로선수, 은행 직원들에게 ‘왜, 일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애국심 중요하지만, 그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국가를 이롭게 해서 벌든, 외국 군수업체에게 국가 기밀을 팔아서 벌든, 돈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다. 스타로서 팬들의 사랑이 중요하지만,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실력으로 벌든, 승부조작에 참여하여 벌든, 돈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다. VIP나 서민이나 고객의 이익이 우선이지만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지금까지 실질적 도움을 줬던 VIP 고객에게 대해서만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한 그들의 행동은 사회적 지탄은 물론 사람들을 실망하고 분노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어떤 직업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 평생 국가를 위해 헌신한 전 공군참모총장은 퇴역 후에도 당연히 국가를 위해 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프로선수는 실력, 열정, 쇼맨십 등 스타성을 기대한다. 저축은행 직원은 비록 소액이지만 노인들의 여유자금을 잘 관리해주고, 시장 상인의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조차도 소중하게 관리하고 잘 불려주길 기대한다. 대신에 그들이 주는 가치가 있기에 고액의 연금을 받거나,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만도 문제의식도 가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기대감을 무너뜨리고 돈 만을 추구한 그들의 행동에 실망하고 분노한 것이다.



모든 일에는 그 일이 사람들에게 주는 가치가 있다. 동네에 많은 식당이 있다. 어떤 식당은 잘 되고 어떤 식당은 파리가 난다. 어떤 식당은 몇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어떤 식당은 6개월도 못 버티고 폐업한다. 식당이 번창하고 문을 닫는 이유가 돈을 못 벌어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돈’은 ‘현상’이다. ‘본질’은 식당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주느냐이다. ‘가격이 싸다’, ‘음식이 맛깔스럽다’, ‘고급스럽다’, ‘서비스가 좋다’, ‘깔끔하고 위생적이다’와 같이 사람들이 그 식당을 찾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더 이상의 가치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장사가 안 되고 문을 닫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품질 좋은 차(현대차), 디자인이 좋은 차(기아차), 타고 다니면 폼 나는 차(외제차)와 같이 사람들에게 주는 가치에 의해 기업은 영위된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가치를 주지 못하면 식당도 기업도 망한다. 전 공군참모총장, 프로선수, 은행 직원이 사람들의 실망과 분노를 받은 원인은 사람들이 가진 기대감과 가치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존재하고 있는 기업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직원들이 기업이 사람들에게 주는 가치를 망각하고, 개인이 돈을 버는 것만을 목표로 할 때, 그들은 기업이 사회에 주는 가치를 훼손하고 사람들로부터 기업을 외면 받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은 더 이상 사회에 가치를 주지 못해서 망하고 만다.



“왜, 일하는가?”

‘조직과 정부의 성공을 돕는 것’(맥킨지)
‘고객이 미래의 역경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교보생명)
‘고객의 건강한 삶과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것’(정수기 제조업체 원봉)
‘사람들이 만나 건강과 행복을 나누고 함께 웃는 곳’(마산청과시장)
‘우리는 산업의 혈관을 책임진다’(산업용 보일러 1위 기업 대열보일러)



그렇다면 우리 기업과 우리 직원들은 “왜, 일하는가?”
먼저 우리 기업만이 사회에 주는 가치는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 JUNG JIN HO



정진호_IGM 세계경영연구원 이사, <일개미의 반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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