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3년 건축되었다는 나무로 된 카펠 다리(Kapellbrücke). 난 이 다리 위에서 바라다 본 루체른 구시가의 ‘말끔하고 정숙한’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휘어발트슈테터(Vierwaldstätter) 호수가 축복을 내린 이 도시의 전경은 잠시 목에 걸린 카메라를 쉬게 해주었다. 나의 눈은 심도 깊은 렌즈가 되고 나의 다리는 굳건한 삼각대가 되어 움직이는 모든 피사체를 쉬지 않고 담아냈다. 나의 뇌는 무한대의 메모리 카드 역할을 했고, 그 어떤 고성능 카메라도 루체른을 담는 데 나의 눈보다 정밀하지 못했다. 루체른은 스위스의 도시 중에서도 특히 더 아름다운 도시다. 루체른을 더욱 의미 있고 아름답게 만드는 중심에 카펠 다리가 있다. 카펠 다리를 보기 위해서 루체른에 온다고 해야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해발 4천 미터인 융프라우요흐 정상에서 얻은 고산병 증세를 난 이 도시에서 치유했다.
나무다리 하나만으로도 도시의 역사가 보이는 루체른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교인 카펠다리)




돌, 철, 콘크리트로 된 다리는 많이 보아왔지만 나무로 된 다리는 유럽에서도 그리 흔하지 않다. 카펠 다리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다. 나무가 주는 편안함과 세월의 무게는 다른 것과 비교할 수가 없다. 돌과 철보다 훨씬 약한 나무가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연과 소통하는 타고난 부드러움 때문일 것이다. 멀리서 보면 왠지 태국에서 본 수상 가옥같은 느낌도 나지만 삼각형 지붕 천장에 붙어 있는 수많은 그림들은 이 도시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두 개의 첨탑이 돋보이는 호프교회(Hofkirche), 도시의 안위(安危)를 긴 세월 묵묵히 지켰던 무제크 성벽(Museggmauer), 스위스에서 빠지면 곤란할 것 같은 명품 시계 숍, 그리고 호수 위를 고즈넉하게 수영치는 백조.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루체른을 더 값있게 만든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100인 안에 들어가는 오프라 윈프리는 얼마 전 스위스의 가방 가게에서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모를 겪었다. 점원이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라는 가게 주인의 변명은 궁색하기만하다. 스위스는 백인들만 여행하거나 미리 돈이 많음을 알리지 않으면 원하는 가방도 살 수 없는 나라라는 생각이 잠시 머리에 둥지를 튼다.

그러나 여행지로서의 스위스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알프스의 눈과 바람이 모든 더러운 것을 정화시키기 때문이리라. 루체른에서의 기분 좋음을 끝까지 간직하기 위해, 스위스에서의 추억이 단지 사진 속 광경으로 머물지 않기 위해 피부색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도 없어졌으면 좋겠다. 스위스의 유적과 자연만큼이나 아름다운 스위스 사람들의 편견 없는 마음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