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 경찰청이 중대 발표를 했다. 서울 주요 지역을 경비하는 경찰관들에게 가스총을 휴대하고 치안활동을 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서울 지역을 경비하는 경찰관에게 가스총을 지급키로 한 것은 최근 도심에서 강력 범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대도시에서 강력 범죄야 늘상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요즘 발생하는 강력 범죄는 그동안의 사건들과 성격이 다르다는 게 문제다.

지금까지 발생한 강력 범죄의 경우 절도라던지, 개인적인 보복이라든지 공격 대상이 분명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난 강력 범죄는 특정한 목표 대상 없이 무차별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묻지마’ 식의 우발적 범죄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8월22일 서울 여의도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 당시 피의자 김 모씨는 근처 시민 4명에게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둘렀다. 실직했던 전 직장 동료들에게 분풀이를 하러 갔다가 인근의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앞서 18일 경기도 의정부시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 모씨(39)가 무차별적으로 휘두른 커터칼에 시민 8명이 중삼을 입었다. 잇따라 발생한 ‘묻지마’ 방식의 무차별적인 보복 범죄는 분명 이전의 범죄와 다른 사회 현상으로 풀이된다.

일본에서도 1990년 대 이후 비슷한 형태의 ‘도리마(通り魔·거리의 악마)’ 사건이 급증하는 추세다. 사회적으로 불만을 가진 범인들이 자신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피해를 입힌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범인들은 주로 실직자로 아무 이유 없이 불특정인에게 피해를 줬다.

이들 범인들의 공통점이 있다. 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번화한 장소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과 사회에 대한 불만을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무차별적인 범죄로 화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 불안과 경제 양극화가 묻지마 범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올 하반기 들어 ‘묻지마’ 형태의 범죄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은 매우 불길한 징조다.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고 있어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져 ‘묻지마’ 형태의 사회적 범죄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결국 문제는 경제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면 이성을 잃을 수도 있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경제를 정상화하고, 극빈층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공허한 말싸움 보다는 극빈, 서민층들이 ‘희망의 끈’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지혜를 짜내야 한다. 그래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

일본처럼 장기 침체가 지속되면 더 흉악한 사회 범죄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시간이 더 늦기 전에 여야 모두 경제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대선이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정책 대결의 장이 되길 기대해 보고 싶다. 지나친 욕심일까./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