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돌아와요 셰인!
<프롤로그>
훌륭한 리더는 떠날 때를 아는 사람이다. 자신의 역할과 책무를 다하고 홀연히 떠날 때 그 뒷모습은 오랫동안 기억된다. 하지만 많은 권력자는 권력의 달콤함에 빠져 탐욕을 부리다가 결국 떠날 타이밍을 찾지 못하고 강제로 하차당하며 영원한 후회를 하게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영화<셰인(Shane), 1953>에서 정의를 위해 악을 물리친 주인공은 자신을 붙잡는 소년에게 “사람을 죽인 사람은 계속 머물 수가 없다고” 말하며 석양 속으로 사라진다. 주인공이 마을에서 마지막 남은 불합리한 세력과 대결 후 떠나는 것은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폭력 역사를 끊고 새로운 세대인 아이들에게 평화로운 미래를 남긴다는 의미를 보여준다. 최근 주변에 유명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며 세대마다 역할이 있었고, 그 역할의 성공 뒤에는 남아있는 사람들이 더 멋진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떠날 때를 아는 사람은 먼 훗날 아름다운 기억으로 소환될 수 있는 진정한 영웅일 것이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돌아와요 셰인!
<영화 줄거리 요약>
1890년 여름 초록빛으로 물든 아름다운 와이오밍 고원에 단정한 사슴 가죽옷 차림에 침착한 태도, 그리고 눈매는 온화하면서도 예리함이 번뜩이는 셰인(앨런 래드 분)이라는 나그네가 지나가다 동부에서 서부로 이주해온 개척민(Home steads) 조 스타렛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다. 이곳에는 동부에서 이주해 온 개척민들이 살고 있었고 개간한 토지는 그들의 소유로 법률이 보장해 주었다. 조는 아내 마리안과 아들 조이와 세 식구의 가장으로 의지가 강인하고 그곳 주민들의 대변자이다. 그러나 이 지방에서 오래전부터 목축업을 하는 라이커는 툭하면 개척민들을 못살게 들볶으며 이들의 모든 땅을 차지하려 한다.  일꾼도 라이커의 등쌀에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리고 말자 스타렛은 셰인에게 월동 준비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머물러 달라고 부탁한다. 마을 사람들은 라이커 일당 때문에 마을에 갈 때는 단체로 가기로 한다. 이때 또다시 시비를 걸어오는 라이커 일당과 싸움이 붙은 셰인은 물러서지 않고 싸워 이기고 이를 지켜보면서 아들 조이도 자랑스러워한다. 총을 좋아하는 조이는 셰인을 만났을 때부터 그의 반짝이는 권총에 관심을 두고 결국 조이의 간절한 요청에 셰인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사격 시범을 보이자 눈이 둥그레진다. 어머니 마리안도 셰인에게 점점 더 깊은 신뢰를 느끼고 셰인도 이를 느낀다. 그러다 마을 사람 하나가 라이커가 고용한 잭 윌슨(잭 팰런스 분)이라는 냉혹한 쌍권총잡이에게 사살되자, 겁을 먹은 마을 사람들은 모두 떠나려 한다. 이 때문에 조가 그를 상대하려 하지만, 셰인은 스타렛을 때려눕히고 자신이 나선다. 처음으로 마을에 총을 차고 나타난 셰인은 총잡이 윌슨과 생사를 건 결투에서 윌슨은 죽고 나머지 라이커 일당도 처치한다. 그리고 달려온 조이 덕분에 나머지 한 놈도 처치하고 자신도 한쪽 팔에 상처를 입는다. 마을에 평화가 찾아오고, 셰인은 떠나지 말기를 간청하는 소년 조이에게 “사람은 자신이 사는 방식이 있지. 그걸 바꾸기는 어렵거든, 노력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구나.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난 살인을 했거든 돌이킬 수 없는 일이지”라며 마을을 떠난다. “잭은 총을 뽑지도 못했어요! 돌아와요. 셰인!”하고 소리치는 소년의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돌아와요 셰인!
<관전 포인트>
A. 셰인은 어떤 사람인가?
셰인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총잡이다. 이전의 총싸움과 살인이 난무했던 자신의 과거를 잊고 이제는 좋은사람들과 한곳에 정착하여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했고 그런 중에 개척민 조의 단란한 가정에 머물게 된 것이다. 조의 아들 조이가 장난감 총을 만지작거리는 소리에 신경과민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그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천만함 삶을 살았음을 짐작게 한다.

B. 셰인이 결국 다시 싸우게 되는 계기는?
셰인은 술집에서 악당 라이커의 졸개에게 수모를 당하지만 대응하지 않고 참는다. 그런 싸움에 얽히는 일은 넌더리가 난 과거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에 대한 라이커의 폭력이 점점 심해지자 셰인은 어쩔 수 없이 마음 깊이 억눌렀던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게 된다.

C. 악당 라이커가 꺼내던 비열한 방법은?
라이커는 쌍권총의 달인 잭 윌슨을 고용하고 자작농의 수장 격인 스타렛을 굴복시키기 위해 잭을 이용하여 정착민 중 사람 중 한 사람인 토리를 비열하게 살해한다. 정적을 깨는 굉음과 함께 토리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가는 이 살해 장면은 총이 내뿜은 연기를 뒤로한 잭 윌슨의 악마 같은 미소와 함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D. 셰인의 마지막 일전은?
셰인은 악당 라이커 일당과 정면 대결하려는 조를 주먹으로 실신시킨 뒤, 권총을 차고 그들을 응징하고 총잡이의 숙명처럼 다시 길을 떠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의 숙명적 비극은 아이의 시선을 통해 낭만적인 빛깔로 채색된다. 조의 아들 조이에게는 셰인은 아버지와도 같은 영웅적인 존재다. 셰인이 악당과 대결하는 모습은 셰인의 실제 내면의 모습과는 전혀 반대인 것이다.

E. 셰인이 떠나는 이유는?
조이의 간청으로 셰인이 총 쏘는 법을 가르쳐주자, 조이의 어머니 마리앤은 야생적 폭력성의 상징인 총 없는 세상을 소원한다며 셰인을 원망한다. 그 말은 총잡이 셰인이 사는 세상이 어서 끝나고 안정된 법규가 있는 다음 세대가 올 것을 희망하는 것이다. 셰인이 떠날 때 조이에게 엄마에게 “이제 이 계곡에 총소리는 울리지 않을 거라는” 말은 이제 서부에도 동부의 안정된 법규가 건너와 법치 사회가 온다는 희망을 전한 것이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돌아와요 셰인!
<에필로그>
미국은 서부시대 척박하고 험한 땅을 독자적으로 넓히고 투쟁하여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만들었다고 믿는 자주적인 역사의 배경을 가지고 있다. 셰인은 서부에서 인디언들과 싸워온 타협이 안 되는 불합리한 세력으로부터 정착민들을 구하고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도록 사람들을 인도하고 길을 닦고 홀연히 떠나는 영웅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타협보다는 갈등을 보여주는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박수 칠 때 떠나는 셰인처럼 아름다운 퇴장은 정녕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