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기 칼럼] 정상을 향한 가시밭길



정상을 향한 가시밭길


“남북전쟁이 끝난 후, 노예제도가 사라지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개념이 정립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NATO와 UN이 창설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의 대유행(Pandemic)이 끝난 후, 미국 아니, 세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주식시세에만 관심을 갖고, 대선득표율만 계산하는 트럼프의 미국은 정상인가?”라고 묻는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2020. 4. 28. Susan E. Rice) 기사를 읽으며 한국을 생각했다.

총선의 승리에 취해서 포퓰리즘의 선동정치를 펴는 여당이나, 패자의 부끄러움을 모르고 자리다툼하는 야당의 행태를 보면서, 팬데믹 이후(Post Pandemic)의 한국이 처할 상황을 예측해 본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이 장기적인 “국제시장의 봉쇄”를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K-Pop, K-Golf, K-Tech, K-Food 등으로 위세를 떨치기 시작하자마자 시작된 코로나비이러스 전염병으로 전 세계는 수 백만 명의 감염자와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난 한국을 K-Medical 이라고 자랑하기에 국제환경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많은 국가들의 생존전략은 더욱 거칠어지고, 자국 이기주의로 돌아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을 도와야 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산업을 지원해야 하는 바, 우선, 한국인의 강한 저력에 다시 불을 지펴야 한다. 6.25전쟁 이후,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국민의 정신과 인내를 되살려내야 한다. 국민소득 3만불에 취할 것이 아니라 피땀 흘려 일하는 성실한 노동과 절약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허영과 체면에 취해 전국민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국가가 망하는 건 순간이다. 그런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지도자들의 책임이며 사명이다. 둘째, 정부 고위 관료와 국회의원, 공직자들의 희생과 봉사 정신이 앞서야 한다. 한 자리 차지했다고 희희낙락하며 폼 잡을 때가 아니다. 2년 후의 대선을 준비한답시고 파벌정치와 분열의 도가니로 국민을 몰아가서는 안 된다. 대통령 자리를 탐하고 권력을 잡는 것보다 중요한 게 나라를 살리고 국민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애국자가 보이지 않은 정치판의 갈등과 분열을 보니 절망이 앞서고 있다. 셋째,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에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전염병의 창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북한 정권의 변화가 있을 경우 한반도는 엄청난 시련이 닥칠지도 모른다. 국내외는 물론,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저력은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국가 안보와 경계를 더욱 강화해야 할 때다. 때마침 밝혀지고 있는 군 기강해이와 안보관련 정보 유출 사건, 멈추지 않는 공사장의 대형사고,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사건 등을 마주하면서 국민들은 더욱 큰 실망과 실의에 빠지고 있다. 끝으로 정치적 안정을 도모해 주기 바란다. 국내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가 닥칠 것이 뻔한데도, 양보는커녕 자리싸움과 감투다툼으로 날이 새고 달이 가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권이 일치단결하여 과감하게 양보하고 물러서서, 국가를 살리는 길에 앞장서 줄 것을 부탁한다. 누구랄 것도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는 게 착각인지 모르겠으나, 난세에 영웅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위 모든 것은 우선순위가 없으며, 상하좌우가 없다. 아래위가 없고 선후를 다질 일이 아니다.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눈앞의 성과로 나타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국회의원 수를 반으로 줄이고, 공공기관 또는 공기업 경영을 구조조정하면서 국가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바야흐로 전세계적인 위기 앞에서 혁신적인 개조(改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가는 곧 패망과 쇠락의 길로 빠져들 것이다. 위기와 난세를 제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리더십은 철학적인 사명을 필요로 한다. 여기저기서 우후죽순으로 떠들어 대는 정치인들의 소란 때문에 국민들이 상처를 입거나 부담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리더의 철학과 사명이 중요한 것이다. 위기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말 한마디, 글 한 줄이라도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 되므로, 깊은 사고력과 숙고를 거친 후에 한 글자 한 마디를 표현해야 한다. 인기를 얻기 위해 가벼운 입으로 떠드는 사람이 없기를 부탁한다.

홍석기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