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소견으로도 주역이나 도덕경이나 말씀하신 바와 같이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애 낳고 키우고 서로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교육을 받고 사회를 이루고 국가를 형성하며 이렇게 해서 성장하여 결혼하고 사랑을 나누고 부부가 되어 이런 저런 일을 격고 자식을 시집보내고 장가보내고 등등 삶의 여러모습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삶의 지침서와도 같은 글”이라고 봅니다. 이 두 고전은 우리 인간들의 삶과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때로는 당시 사람들에게 중요한 문제였던 神이나 자연 등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문제나 맹수를 비롯한 다른 생물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을 한 것들도 있습니다만, 이야기의 촛점은 언제나 인간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우리 자신의 존재에 관한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주역이나 도덕경이나 모두 같은 주제 혹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존재의 수수께끼들을 푸는 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주역은 수시로 변화하는 세계속에서 길흉이란 관점에서 인간의 문제를 풀어보려한다면 도덕경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해서 참된 道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말해서 주역은 세상에서 발생하게 마련인 갖가지의 혼란속에서 흉한 일들을 피해서 길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면, 도덕경은 세속을 넘어서서 혹은 세속의 이면속에 숨어있는 참되고 영원한 세계로 가는 길을 묻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철학자는 음양관념을 들어서, 주역은 양을 돕고 음을 억제한다는(부양억음론의) 陽 중심의 철학이며, 도덕경은 세상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반대로 어둡고 어리석고 낮은 상태를 추구하는 陰 중심의 철학이라고 구별하기도 합니다.

제 소견으로도 이렇게 음양론적 지평에서 주역과 도덕경의 차이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도덕경이 기존의 문명과 가치체계에 대한 비판이란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시간적으로 도덕경에 선행하는 주역의 사상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시각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동시에 고찰해본다면 단면적 고찰보다는 훨씬 더 많은 의미 내용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동양사상의 두 원천인 주역과 도덕경에 대해서도 여러 시각에서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의 소견이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