變(변할 변) = 䜌(어지러울 련)+ 攵(칠 복)

變(변할 변)은 상식처럼 인정되는 것을 비상식으로 바꿀 뿐만 아니라, 기존의 익숙함을 허물고, 새로움을 채우는 특별한 힘이 있다. 갈등과 혼란으로 점철된 어지러운 상황에서 매질을 통해서라도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낸다는 變의 의미는, 궁극적으로 답을 찾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다른 것이 되거나, 혹은 다른 성질로 달라지다”

네이버 사전이 정의한 變(변할 변)이다. 變을 이해하려면, 먼저 䜌(어지러울 련)부터 살펴야 한다. 䜌(어지러울 련)은 “가는 실”을 뜻하는 絲(실 사)에, 말하다(言 말씀 언)가 붙은 글자다. 이는 가는 실(糸)과 실(糸) 사이에서 말(言)이 엉킨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매질을 뜻하는 攵(칠 복)이 더해지면서 變이 되었다. 이는 매질(攵)을 통해서라도 어지러운 상황(䜌)을 바로 잡는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종범의 셀프리더십] 판이 바뀌고 있다(變)
온실에서 키운 묘목은 키워봐야 섬약한 풀이 되지만, 들판에서 비와 바람을 견디며 자란 묘목은 커다란 제목으로 크는 법이다–『자기 통제의 승부사 사마의/ 자오위핑 지음

온실에서 키운 꽃들은 춥고, 덥고, 바람 불고 벼락 치는 외부 환경을(䜌) 온전히 경험할 수 없다. 이는 스스로 강해져야 할 필요(變)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박탈당한 때문이다. 그 결과는 처참하다.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대다수는 생존하지 못한다. 하지만 태생부터 들판의 비바람을 일상처럼 경험하며 자란 야생화는 다르다. 추운 겨울을 지나 새봄이 오면 어김없이 꽃을 피워내는 강인함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는 대양과 대륙을 잇는 곳에 있기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䜌(어지러울 련)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생존 차원에서 변(變)을 추구하는 기질이 다른 나라와 비교될 만큼 남다른 것도, 지정학적 특수성에 기인한 것은 아닐지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외침 속에서 5,000년의 역사를 이어온 민족이다. 이 땅에서 수많은 왕조가 세워지고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한 민족의 뿌리가 사라진 적은 없었다. 세계 최강 몽골의 말발굽에 국토가 유린된 적은 있지만 끝까지 나라를 지킨 세계 유일한 민족이 우리다. 근세에 들어서는 6.25 전쟁으로 산, 도시 가릴 것 없이 전부 폐허가 되었다. 세계 유수의 석학들은 한국은 재건 불능 상태라고 확신하듯 말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멋지게 재건했다. 뿐만 아니라 도저히 복원할 수 없다는 민둥산을 울창한 숲으로 되돌린 것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세계 최빈국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면 죽어야 할 만큼 가난한 나라에서, 불과 수십 년 만에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무역 강국이 된 나라가 우리다. IMF를 겪으면서도 온 국민이 합심해서 최 단기간 극복해낸 동화 같은 나라. 리먼 사태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때 선진국보다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고 경이로운 성장을 지속한 나라도 역시 대한민국이다. 한시도 평온할 틈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할 만큼 꿋꿋하게 버티는 맷집까지 갖춘 나라. 대한민국은 그런 경험을 가진 나라다.

다시 지구촌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동맹보다 돈을 추구하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자들이 던진 돈 돌멩이로 인해 세상이 혼란스런 상황이다(䜌 어지러울 련). 자유경제를 추구하는 판이 깨지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수십 년간 신뢰로 다져진 동맹관계도 손바닥 뒤집듯 하루아침에 깨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오랫동안 한국의 우방을 자처하는 미국과 일본이 앞장서서 세계 무역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전통적으로 생각했던 우방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너무 착한 생각이다. 그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자극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대상은 적대국만 아니라 우방국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취한 무역 규제가 그 증거다. 무엇이든 시작은 어렵다. 하지만 한 번 경험하고 나면 그다음은 쉽다. 이제 대한민국은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판 위에 올려져 있다. 그 판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 흥(興 일어날 흥)과 망(亡 망할 망) 사이엔 變이 있다. 성(盛 성할 성)과 쇠(衰 쇠할 쇠) 사이에도 變이 있다. 즉, 판이 바뀌는 길목엔 언제나 變이 존재한다. 이는 국가도 개인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은 다시 한번 變이 요구되는 상황인 셈이다. 흔히 하는 말로 세상이 어지러울 땐 이를 평정하는 인물이 난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그런 때는 아닌지 모르겠다. 變의 시대를 이끄는 대한민국의 리더들에게 이 말이 들렸으면 좋겠다.

있을 때는 항상 없을 때를 대비하고, 없을 때는 있을 때를 상상하며 준비하라
[이종범의 셀프리더십] 판이 바뀌고 있다(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