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를 충족시킨 다는 목적으로 제공되는 모든 정보는 사실에 기반을 둬야 한다. 하지만 발표와 발산을 혼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발산(發散)이란 “밖으로 퍼져서 흩어지게 한다”는 뜻으로, (사람이 감정이나 욕구 따위를) 행동으로 나타내어 밖으로 풀어내는 것을 말한다.

發(쏠 발) = 癶(필발머리_걷다) + 弓(활 궁) + 殳(창 수)

發자는 ‘피다’나 ‘쏘다’, ‘드러나다’, ‘밝히다’라는 뜻을 가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發은 활과 몽둥이를 들고 누군가를 뒤쫓아 가는 모습이 되었다. 發은 본래 화살을 쏜다는 뜻이었지만 누군가를 추격하기 위해 발자국을 따라가는 모습에서 ‘나타나다’, ‘들추다’, ‘밝히다’라는 뜻이 파생되었다(네이버 사전)

해석을 보태면, 손(又)에 화살을 들고(殳_창, 연장, 막대기) 활(弓)을 쏜다는 뜻이다. 발산은 감정에 기인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잘못 발산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감정은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 말한 사람보다는 들은 사람의 감정에 따라 증폭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본질과 상관없이 수많은 오해를 부추 킬 수 있다.

“말은 기억으로 남고, 글은 기록으로 남는다”

말이든 글이든 논쟁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하면 진화가 어렵다. 탈 만큼 타야 하는 속성 때문이다. 설령 논쟁이 가라앉아도 안심할 일이 아니다. 굳이 본인이 아니어도 타인에 의해 유사한 불씨가 제공되면, 사라졌던 논쟁은 다시 꿈틀거린다. 얼마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J 씨의 자녀 문제가 이슈화 될 때, N 국회위원 자녀의 S 대학 특혜 시비가 소환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통제하지 못한 말과 글은 부메랑과 같아서 언제든 다시 돌아온다. 특히 개인감정에 기인한 발산은 더욱 그렇다. 이는 내용의 앞과 뒤, 정황을 추론하여 진위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뒤 끝을 남긴다.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진 발산은 문제가 아니지만, 그 반대라면 두고두고 족쇄가 된다

공인은 발표와 발산을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인은 더욱 그렇다. 공인의 입은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자칫 자기감정을 잘못 발산하면 위험해진다. 청문회가 좋은 예다. 청문회 광경을 보면 어이없는 질의, 응답이 넘쳐난다. 듣고 있으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무엇을 위한 청문회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이상한 싸움을 보게 된다. 마치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하는 콜롯세움을 보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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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발산도 문제지만,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발산하는 경우도 있다. 가짜 뉴스가 대표적이다. 이는 교묘하게 조작된 ‘속임수 뉴스’로, 한국 언론진흥재단은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 형식으로 유포된 거짓 정보’로 정의하고 있다.

가짜 뉴스의 이면을 보면, 사실은 가리고 자신들이 주장하고 싶은 생각이나 감정을 교묘하게 포장하여 사실을 왜곡시킨다. 문제는 파급력이다. 이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기 때문에 판단력이 없거나 정보가 부족한 경우 쉽게 동조되는 경향이 있다.

가짜 뉴스는 당연히 차단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가짜 뉴스라는 화두를 역으로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다. 트럼프다. 그래서인지 가짜 뉴스와 트럼프가 연관된 기사가 넘쳐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를 수시로 가짜 뉴스라고 주장한다.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4월까지 그의 발언들을 팩트 체크한 결과 하루 평균 12번, 모두 1만 111번이나 거짓말한 것을 밝혀냈다. 그런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기 입맛에 안 맞으면 무조건 가짜 뉴스라고 한다(문화일보/오피니언/오후 여담)”

“불편한 뉴스를 ‘가짜 뉴스’라고 모함하는 ‘가짜 뉴스’가 더 사악한 범죄다”

(경북 매일 / 안재휘 논설위원)

오해하지 말 것이 있다. 발산(發散)을 바쁜 것으로 호도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잘못된 발산, 사회적 무리를 조장하는 발산에 국한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둔다.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만드는 것도 있지만, 미간을 찌푸리고 마음을 어둡게 하는 사건 사고도 즐비하다. 뿐만 아니라 가짜 뉴스를 양산하며 옳고 그름을 희석시키는 악의적 인풋 세력도, 정보라는 이름표를 달고 모습을 드러낸다. 분별력이 없으면 피곤한 사회인 것은 분명하다.

사람은 완전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말과 글로 대변되는 표현도 불완전하기 마련이다. 말과 글을 송출하는 선택권은 언제나 내 몫이다. 말과 글로 표현되는 순간, 날개가 달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때부터는 통제가 불가능하다. 가고 싶은 곳으로 밤 낮 구분 없이 날아갈 뿐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제비처럼 박 씨를 물고 돌아온다. 그것이 흥부의 박 씨인지, 놀부의 박 씨인지 알 수는 없다. 박 씨를 캐 보기 전 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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