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서 항산(恒産)과 항심(恒心)에 관한 기사가 몇 회 기고된 것을 보았다. 항산관점에서 최저임금, 사법연수생 수료식에서의 당부 말씀, 모두가 일정한 수준의 소득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항산(恒産)과 항심(恒心)은 「맹자집주대전(孟子集註大全)」에 나오는 말로서 ‘항산은 수입을 전제로 한 생업이요, 항심은 사람이 항상 가지고 있는 선한 마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중적 관점에서 항산(恒産)은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이다. 항심(恒心)은 늘 지니고 있는 떳떳한 마음으로 바른 가치관이자 도덕심이라 할 수 있다.

항산과 항심을 100세 시대에 재해석하면 어떨까? 씨앗이 새싹을 틔우기 위해 땅속에서 견디는 시간이 다르듯이 삶에도 지름길이 없다. 필자는 삶을 4단계로 구분한다. 학업기인 ‘배움단계’, 경제활동을 하는 ‘채움단계’, 자기 주관적으로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나눔단계’,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비움단계’이다.

‘배움단계’는 부모 의존적인 삶이다. 항심(恒心)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어릴 때부터 바른 심성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항산(恒産)은 ‘채움단계’에서 주로 일어난다. 항산은 개인에게나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활발한 경제활동은 사회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젊은이들의 취업률이 최저치에 머무는 요즘 국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사회적 구조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자리 확대와 일거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어려운 시기임에는 확실하다.

최근에는 젊은이들뿐 아니라 노년들도 항산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균수명이 80세가 안될 때에는 30여년 배워서 30여년 경제활동하고 노년을 항심을 지키면서 즐기면 되었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항산의 기간도 연장되는 추세이다. 반면에 IT발전으로 가속화된 자동화는 사람의 ‘일자리’에 기계가 대신하고 있어, 경제적 활동에 더욱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이패스, 무인계산기, 무인주문기는 ‘일자리 대체재’로서 일상이 되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일거리 지도’를 바꾸고 있다. 종전의 일거리는 사라지고 새로운 일거리가 창출되고 있다. 기하급수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이들은 항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빅 데이터 전문가는 공급 대비 수요가 넘쳐 난다. 컴퓨터 관련 분야는 최근 호황이다. 상경계통을 비롯한 인문계열의 수요시장 열기가 예년 같지 않다. 우리는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변화기의 한 복판에 서 있는 것이다.


항심(恒心)은 평소 마음가짐이다. 항심도 항산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비경제활동 기간이 길어진다면 항심도 흔들릴 수 있다. 자신의 가치관이 항심의 표출이라고 하지만,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하다 보면 항심 또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항심은 곡선의 성격으로 제 자리로 돌아오는 회복탄력성이 있다.

 항심이 잘 들어나는 시기는 ‘나눔단계’와 ‘비움단계’이다. 흔히 문학적으로 가을을 쓸쓸하고 슬프게 표현한다. 삶의 황금기는 가을로 표현되는 노년기이다. 봄, 여름에는 색깔의 농도에 차이는 있지만 녹색 천지이다. 가을이 되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 준다.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 주기 위해서는 평소 자기다움이 있어야 한다. 항심에도 자기만의 필살기가 있어야 한다. ‘나눔단계’와 ‘비움단계’가 되면 재능기부처럼 자신을 알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 기회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항심(恒心)의 첩경이기도 할 것이다.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그 행복이 항심(恒心)의 원천 아니겠는가. 봉사는 이타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 뿐  아니라 자기만족과 성찰의 디딤돌이다. 봉사는 가정 내에서도 가능하다. 역할의 중요성보다는 누가 할 수 있느냐가 더 값지다. 가족에게 자신의 힘으로 무엇을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 세대간 성별간 차이를 인정하고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이 ‘나눔세대’ ‘비움세대’로서의 항심이 아닐까 싶다.

흔히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고 말한다. 그 만큼 항산은 항심의 전제조건이다. 예전에는 육체적 노동이 항산의 수단이었으나, 지금은 번득이는 아이디어다. ‘문제 찾기’를 일상화 활 때 새로운 길이 보인다. 3不(불만, 불안, 불편)은 창의성의 밑거름이다. ‘물구나무서서’ 일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늘 보던 방향이 아니라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항심(恒心)도 뒤집어지는 것은 아니다. 창의적 결과는 늘 우리 주변에 상존하고 있다.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연습을 하여 지속적 항산 활동과 항심을 유지해 보자.

박창동 HRD박사(한국HR협회 HR칼럼니스트/KDB산업은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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