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5차 걸음 기록입니다. 이미 어린이날 대체 휴일이던 5월 7일에 5차, 5월 13일에 6차, 5월 22일에 7차, 5월 26일에 8차를 끝으로 158km 서울둘레길 완주를 끝냈지요.
그러나 포스팅은 4차 걸음에서 끝나 있었습니다. 업데이트를 밍그적거리다가 뒤늦게 정리하려니 식은 밥 느낌이 드네요. 하여 5, 6, 7, 8차 포스팅은 길목에서 만난 풍경을 주마간산식 소개로 후딱 마무리 지을 생각입니다.

석수역 1번출구를 나서 경수대로 위를 가로지르는 육교를 건넙니다. 어김없이 오렌지색 리본이 팔랑대며 길을 안내합니다. 석수역에서 내린 배낭 맨들은 대부분 삼성산으로 향합니다. 삼성산 들머리에 이르자, 반가운 빨간통이 눈에 확 띕니다. 서울둘레길 스탬프인증 통이죠. 인증수첩에 스탬프 꾹 눌러 찍은 다음, 본격 숲속길로 접어듭니다. 길목에서 때죽나무 연리지(連理枝)도 만났습니다. 왠지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둘레길 트레커들의 차림새는 대체로 가볍죠. 걸음새 또한 가뿐합니다.

숲향 그윽한 솔밭을 지나자 암반으로 이루어진 얕은 계곡이 눈에 들어 옵니다. 이 계곡에는 산사태로 노출된 자연암반을 이용해 조성한 인공폭포가 있습니다. 호암산폭포입니다. 관악산 서쪽 끝봉우리인 호암산의 이름을 땄습니다.

평상복 차림의 인근 주민들이 폭포쉼터에서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네요. 집 가까이 이런 쉼터가 있다는 건 큰 복입니다. 여기서부터 '언제나 솔바람이 부는 걷기 편한 길'이 호압사 입구까지 1km 정도 쭈욱 이어집니다. 바로 서남권 최고의 힐링로드인 '호암늘솔길'이지요.

'호암늘솔길'이 끝나는 언덕배기 쉼터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습니다. 벤치에 걸터앉은 이들의 시선은 한결같이 호압사를 향합니다. 호랑이의 기운을 누른 절집(虎壓寺)이라 하니 그 지형이 궁금해서일까요.
조선 개국과 더불어 한양에 궁궐이 건립될 때 풍수적으로 삼성산(호암산)의 호랑이 기운이 께름칙하여 왕조에서는 호랑이 꼬리부분에 해당하는 이곳에 절을 지어 호랑이의 기운을 눌렀다고 전합니다.

숲속 정원과도 같은 길을 타박타박 걷노라면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죠. 생각도 간결해집니다. 컨디션도 굿입니다. 이렇듯 오늘도 트레킹의 매력에 푹 빠져 걷습니다. 삼성산 성지를 지나 서울대가 빼꼼히 내려다 보이는 산등성이를 찍고서 목계단을 따라 관악산 입구에 다달았습니다. 관악산을 오르는 주 들머리라 산객들이 넘쳐 납니다. 둘레길은 잠시 숲길이 아닌 관악로 옆 보도를 따라 이어집니다. 서울대 정문 앞에서 낙성대 방향 보도를 따라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숲길이 열립니다. 산속 숲길은 관악산의 지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낙성대공원으로 이어집니다.

별이 떨어진 터, 낙성대(落星垈). 별은 고려의 명장 강감찬 장군을 말합니다. 낙성대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가족나들이 인파로 북적입니다. 강감찬 장군의 영정이 모셔진 안국사 뒷편 숲길로 서둘러 발길을 옮깁니다.

낙성대를 뒤로하고서 관악산 언저리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관음사에 이르는 동안 어느 아파트 뒷뜰도 스치고, 굿터로 사용된 바위굴도, 약수터도, 테니스장도 지납니다. 둘레길의 아기자기한 재미인거죠. 낙성대에서 관음사까지 2.6km는 산길이나 유순한 편입니다.
천년고찰 관음사는 사당역을 기점으로 관악산을 오르는 산객들의 들머리이기도 해 산객들의 발길이 잦은 곳입니다.

관음사 입구 쉼터에서 스탬프 인증 후 오렌지색 리본이 이끄는대로 사당동 골목길을 벗어나니 이수역과 남태령을 잇는 과천대로입니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사당역 4번 출구에 다달았습니다.
석수역에서 이곳 사당역까지가 서울둘레길 5코스죠. 계획대로라면 여기서 5차 걸음을 쫑 쳐야 하는데 아직 해도 다리심도 남아 있기에 좀 더 걸을랍니다. 혼자라서 결정이 편합니다. 양재시민의숲 역까지...GO!

맞은편 사당역 3번 출구로 나와 방배우성 아파트 뒤편으로 향합니다. 마트에 들러 생수를 보충합니다. 챙겨온 500리터는 동이 났네요. 매의 눈으로 오렌지색 리본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헤진 시멘트바닥 오르막길을 따라 또다시 접산(接山)해 본격 우면산 탐닉에 빠져 듭니다.

하늘에서 보면 소가 잠자는 형상이라하여 '우면산(牛眠山)'이랍니다. 2011년 7월 엄청난 폭우가 잠자는 소를 일으켜 세웠었죠.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우면산 숲길을 걸으며 그때를 떠올립니다. 당시의 아픈 상흔은 아직도 산 언저리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잠시 쉼터 벤치에 누웠습니다. "내가 누운 이곳은 소잔등은 아닐테고 혹 사타구니 쪽?"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숲속 꿀잠'은 더없이 개운합니다. 으스스 한기가 들어 걸음을 재촉합니다.

차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립니다. 쌩쌩 달리는 차바퀴의 마찰음은 방음벽도 타고 넘습니다. 제법 긴 계단길을 내려서는 동안 숲사이로 언뜻언뜻 고속도로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렇게 우면산을 벗어나 다시 보도를 따라 양재시민의숲으로 들어섰습니다.

안양 석수역을 출발해 호암산 > 삼성산 > 관악산 > 우면산 산자락을 오르락내리락 돌고돌아 양재시민의숲 역에서 서울둘레길 5차 걸음을 마무리했습니다. 총 21.3km를 걸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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