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고사성어] 화룡점정(畵龍點睛)-시작보다 끝이 더 중요하다
중국 남북조시대 양나라에 장승요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우군장군과 오흥 태수를 지냈지만 화가로 더 유명했다. 붓만 들면 세상 모든 것을 마치 사진처럼 그렸다. 벼슬을 마친 뒤엔 그림만을 그리며 지냈다. 어느 날 안락사 주지가 그에게 절 벽면에 용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장승요는 붓을 들어 구름 속에서 곧 날아오를 듯한 용 두마리를 그렸다. 꿈틀대는 몸통, 갑옷 같은 비늘, 날카로운 발톱 그 어디를 봐도 살아 움직이는 용 같았다.
한데 이상하게도 그는 용에 눈동자를 그려넣지 않았다. 사람들이 궁금해 그 이유를 물었다. 그가 답했다. “용에 눈을 그려 넣으면(畵龍點睛) 용이 하늘로 날아가 버릴 것이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눈동자를 빨리 그려넣으라고 독촉했다. 성화에 못이긴 그가 한 마리 용에 눈동자를 그려넣자 바로 용이 벽에서 뛰어나와 비늘을 번뜩이며 하늘로 날아올랐고, 벽에는 눈동자를 그려넣지 않은 용만 남았다. ≪수형기≫에 나오는 얘기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은 용 그림(畵龍)에 눈동자(睛)를 그려넣는다(點)는 뜻으로, 가장 요긴한 데를 완성해 일을 마무리함을 의미한다. 사소한 것이 전체를 돋보이게 한다는 비유로도 쓰인다. 전반적으로 잘 되었지만 어딘가 한 두 군데 부족한 듯하면 ‘화룡에 점정이 빠졌다’고도 한다.
화룡점정하면 흔히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떠올린다. 그 천장화는 미켈란젤로의 재능보다 혼이 담긴 작품이다. 미켈란젤로가 거꾸로 메달려 천장 구석에 한땀한땀 그림을 채워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친구가 말했다. “여보게, 그 좁은 구석에 그리 공을 들여 그림을 그리는 걸 누가 알아주겠나.” 미켈란젤로가 답했다. “그거야 내가 알지.”
시작은 좀 초라해도 끝이 창대한 게 좋다. 좀 어설퍼도 마무리는 짓는 게 좋다. 매듭을 지어야 그걸 딛고 조금씩 높이 올라간다. 2%가 부족해 98%를 망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끝이 가까울수록 더 마음을 쏟아라. 초심은 시작의 마음이자 끝의 마음이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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