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맥전문가, 인맥관리 소프트웨어, 인맥 온라인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필자도 직장인 시절 인맥을 쌓고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열심히 활동한 적이 있다. 모임이 끝나고 쌓이는 명함들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었고, 나름대로 이 정도면 인맥관리를 잘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모임과 명함철 관리 모두를 중단했다. 무엇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았다. 그것은 자신의 목적이 중심이 된 인맥관리였기 때문이다. 언론 등 주위에서 인맥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아무래도 인간관계에 대한 주체적인 철학이 부족한 가운데 조급한 마음이 컸던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인맥이란 중압감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까. 비즈니스에서 고객이 중심이듯이, 인맥에서도 만찬가지로 타인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타인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것이 가장 큰 인맥관리라고 생각한다.




타인지향의 삶은 마이너스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큰 이득을 가져온다. 타인 지향의 관점은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후배가 e메일로 함께 진행하는 행사에 필요한 요청사항을 전해왔다. 내용을 보니 딱 한 줄인데 최근 유행어로 “뭘 어떻게 하라고”라는 문구가 연상되었다. 전화를 넣어서 앞으로는 자기 입장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문장 내용만 봐도 실행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사례도 풍부하게 넣으라고 전했다.




필자의 경우 직장인 시절 고객에 대한 큰 깨우침을 얻은바 있어 그 이후 삶 자체가 달라질 정도였다. 나를 버리고 타인과 고객 지향적인 삶을 추구했다. 며칠 전 필자가 주관했던 컨퍼런스에서 강사였던 교수께서 상세하게 보내 준 메일 덕분에 행사에 대한 이해와 준비를 잘 했다는 말을 듣고 나름대로 보람을 느꼈다.

 

전화예절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경우 대화 종료 후 상대방이 수화기를 내려놓은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마친다. 기분 나쁜 대화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중에 벌써 전화를 종료한 경우다. 평상시 좋은 인상도 전화예절 때문에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상이 80:20의 파레토 법칙이 적용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인맥관리를 실천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라고 할 수 있다. 나머지는 필요성은 느끼나 일상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분들이다. 그래서 필자가 권하는 인맥관리는 먼저 일상에서 자신의 약점 또는 부정적인 면을 최대한 억제하는 삶이다. 긍정의 극대화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타인과 고객에게 취약한 부분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타인을 도움으로써 자신의 입지와 운신을 넓히는 방법이다. 또한 타인을 도우려면 자신의 역량도 업그레이드해야 되므로 자기계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이타심이 비즈니스 감각을 향상시키고 세상을 더욱 폭 넓게 보는 혜안을 만들 수 있다. ‘열심히 살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구두선 같은 지침보다는 소극적 일 수 있으나 일상의 라이프사이클에서 구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중요한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4년 전 부터 CEO 또는 명사를 초청해서 월례 정기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다. 첫 번째 행사는 점찍어 놓은 친분이 돈독한 강사가 있었지만, 계획한 시점에서 무려 1년 6개월이 지나서 첫 행사를 가졌다.




최근 강사섭외의 경우 처음 뵙더라도 인사하고 조건만 부합되면 섭외가 쉽게 되지만 필자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개인적인 역량과 커뮤니티 수준이 초청할 강사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실력을 쌓고 만족할 때 초청하고자 마음먹은 것이 오랜 세월이 흐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1년 6개월 후 강사도 흔쾌히 강연을 수락했고 더불어 필자도 비즈니스 내공이 높아졌다.

 

얼마 전 초청한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의 강연 내용 중에 “인맥을 활용하지 않으려고 할 때, 인맥의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라는 말을 들고 크게 공감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 인맥이 더 이상 필요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역량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나누면 더욱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이다.

* 본 칼럼은 <머니투데이>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