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을 벗지 못하는 뱀은 그 허물에 갇혀 죽는다. 허물을 벗지 못하는 매미는 목청 높여 울지 못한다. 허물을 벗는다는 건 기존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거다. 그건 계절에 맞춰 옷을 바꿔입는, 그 이상이다. 허물은 스스로 벗어야 한다. 누구도 그 허물을 대신 벗겨주지 못한다. 그건 고귀한 생명체의 목숨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고귀하다는 건 스스로 돌봐야 한다는 뜻이다.

전한 때 사람 왕자교는 사부가(辭賦家)였다. 사부는 서정적 시인 사(辭)와 서사적 시인 부(賦)를 아우르는 말로, 곧 시문(詩文)을 이른다. 어느 날 왕자교가 강에서 뱃놀이를 하는데 꽃으로 장식된 배가 떠내려 왔다. 그 배에 타고 있던 일곱 명의 도사 중 한 도사가 그를 배에 태우더니 술병을 가져와 둘은 실컷 마셨다. “젊은이 한잔하시게.” 한데 왕자교는 도사의 말투가 거슬렸다. 도사는 나이가 그리 들어보이지 않는데도 왕자교를 한참 아랫사람처럼 대했다.

기분이 언짢아 자리를 일어서려는데 곁에 있던 다른 도사가 말했다. “이 분은 우리 중 최고 어른으로 3,500세가 되시네.” 왕자교는 도통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다시 자리에 앉아 술을 마셨다. 이상한 것은 그가 따르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술이 도사가 따르면 끝없이 흘러 나왔다. 이 술은 바로 ‘환골탈태(換骨奪胎)’되는 술이었다. 왕자교는 그 술을 마시고 신선이 됐다. 남송(南宋)의 석혜홍이 지은 ≪냉재야화≫에 나오는 얘기다.

북송(北宋)을 대표하는 시인 황정견이 말했다. “시의 뜻은 끝이 없지만 사람의 재주는 한계가 있다. 한계가 있는 재주로는 도연명이나 두보라 해도 그 오묘한 뜻에 이르지 못한다. 뜻을 바꾸지 않고 자기 말로 바꾸는 것을 ‘환골(換骨)’이라 하고, 그 뜻을 가지고 형용하는 것을 ‘탈태(奪胎)’라고 한다.”

본래 환골은 도가에서 영단(靈丹)을 먹어 보통 사람의 뼈를 선골(仙骨)로 만드는 것을, 탈태는 옛사람의 시문을 자기만의 경지로 승화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환골은 단순히 옷을 갈아입는 게 아니라 용모에 기품이 배어 딴 사람처럼 되는 거고, 탈태는 단순 모방이나 표절이 아니라 옛사람의 글을 갈고닦아 순수 ‘내 글’을 만드는 거다.

이왕 달라질 거면 확 달라져라. 그래야 자신감이 붙고, 남도 당신의 변신을 인정한다. 겉을 바꾸면 안도 바꿔라. 사이비는 포장에 비해 내용물이 너무 초라한 거다. 안을 바꾸면 겉도 바꿔라. 디자인도 콘텐츠다.
[바람난 고사성어] 환골탈태(換骨奪胎)-달라질 거면 확 달라져라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