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우면 예뻐보인다. 예쁘면 재능까지 돋보인다. 여기에 화(禍)가 숨어 있다. 가까운 자를 다스리지 못해 망한 나라는 역사에 무수하다. 가까운 자를 믿다 패한 전쟁 또한 헤아리기 어렵다. 발등은 믿는 도끼에 찍힌다. 가까운 데를 바로잡지 않으면  먼 곳에 반드시 화가 있다.

삼국지는 위·촉·오 세 나라가 천하통일을 꿈꾸는 얘기다. 전술과 지략, 음모와 술수가 얽히고설켜 있다. 삼국지는 고사성어의 바다다. 계륵(鷄肋) 삼고초려(三顧草廬) 수어지교(水魚之交) 비육지탄(髀肉之嘆)은 모두 삼국지에서 낚아올렸다. 삼국지를 읽으면 상상, 지식, 스토리가 모두 한 뼘씩 늘어난다. 인류의 고전은 그만한 가치, 그만한 이유가 있다.

촉나라 유비와 위나라 조조는 목숨을 건 적수이자 맞수다. 유비의 ‘단독 플레이’는 사실 조조에 못미쳤다. 하지만 천하의 책사 제갈량이 유비를 조조의 맞수로 올려놨다. 북벌에 나선 제갈량이 대군을 이끌고 위나라 군사를 크게 무찔렀다. 조조가 이를 갈았다. 천하의 명장 사마의에게 20만 대군을 내어주며 설욕을 명했다. 제갈량도 사마의 군대를 깰 계책을 세웠다. 문제는 보급로였다. 군량 수송로인 가정(街亭)을 지켜야 제갈량이 마음 놓고 계책을 펼 수 있었다. 가정의 책임자를 놓고 제갈량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만큼 사마의는 명장이자 지략가였다.

마속(馬謖)이 자청하고 나섰다. 마속은 제갈량과 문경지교를 맺은 마량의 친동생이다. 제갈량도 누구보다 그를 아꼈다. 다양한 전투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제갈량은 썩 내키지 않았다. 사마의 군대를 대적하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속이 ‘비장의 카드’를 썼다. “만약 명을 지키지 못하면 저는 물론 일가권속까지 참해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가정은 삼면이 가파른 절벽이었다. 지형을 살핀 마속은 욕심이 생겼다. 제갈량이 “지키기만 하라”고 수차 명했지만 적을 잘만 유인하면 몰살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마속은 수하 장수들의 진언을 무시하고 산꼭대기에 진을 쳤다. 하지만 사마의 군대는  마속의 생각대로 산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산기슭을 포위한 채 마냥 기다렸다. 결국 식량과 물이 끊긴 마속은 사마의 수하 장합이 이끄는 군대에 대패했다. 제갈량이 마속의 죄를 묻는 자리는 숙연했다. 모두 충성스럽고 용감한 장수라며 제갈량의 선처를 호소했다. 제갈량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마속은 정말 아까운 장수다. 하지만 사사로운 정에 끌려 군율을 저버리는 것은 마속이 지은 죄보다 더 큰 죄가 된다.” 마속이 형장으로 끌려가자 제갈량은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룻바닥에 엎드려 울었다. ‘눈물로 마속을 참한(泣斬馬謖)’ 것이다.

공정해지려면 사사로움을 버려야 한다. 가까운 곳을 제대로 보려면 멀리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까이를 보지 못하면 먼 곳에 근심이 있고, 먼 곳을 보지 못하면 가까운 데에 근심이 있다. 세상사 ‘사사로움’이 일을 망친다. 공(公)을 위해 사(私)를 버리려면 용기를 내고, 결단을 해야한다. 한데 그게 쉽지 않다. 나에게 이로우면 공정하고, 남에게 이로우면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리보면 인간은 참으로 ‘이기적 동물’이다. 독소처럼 퍼지는 이기심도 때로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잘라내야 한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바람난 고사성어] (6)읍참마속(泣斬馬謖)-공(公)을 위해 사(私)를 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