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이런 모임 저런 행사 등으로 12월은 바쁘다. 공교롭게도 꼭 참석하고 싶은 모임이 몇 개 겹칠 때는 아쉬움 속에 일부를 포기하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둘째 주와 셋째 주에 가장 많이 몰려있었다. 이때를 놓치면 성탄연휴가 낀 넷째 주로 넘어가게 되므로 마지노선으로 생각한 때문일 것이다. 모임이 겹칠 경우 어떤 것은 신년회를 하자는 핑계를 붙여 1월로 넘기기도 한다.

12월은 한 해를 털어버리고 매듭짓고 싶은 마음이 큰 탓에 ‘송년회’란 이름을 주로 붙인다. 또다시 오지 않을 지난 한 해와 좋은 이별을 하기 위한 통과의례로 성격매김하고 싶은 것이다.

공적 및 사적으로 중요한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바쁜 일정을 쫒다 보면 미결사항이 머릿속을 맴돌아 스트레스와 걱정이 된다. 그렇게 휩쓸려 12월을 거의 다 보내고 말았다.

이즈음 12월은 생활의 연속선상에서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는가 생각하게 된다. 이별 후에는 만남이 있고 또다시 이별이 온다. 일반적으로 송년회라는 이름으로 한 해와의 ‘이별 준비’는 철저히 준비되지만 새로운 한 해를 맞는 ‘만남 준비’는 거의 없다.

좋은 이별을 위한 준비가 중요하듯 좋은 만남을 위한 준비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12월에 대한 우리 마음의 패러다임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송년을 위한 ‘이별식(離別式)’은 11월에 마치고, 12월은 새해를 맞는 ‘영신식(迎新式)’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별식이 거창할 필요가 없다. 마음속으로만 해도 되고 간단하고 단출한 행사로도 된다. 대신에 새해맞이 신년식(新年式)을 의미있게 준비하면 더 뜻 깊을 것이다.

신년식은 각자 새해 목표를 짜고 실천방법을 12월에 마련하고 다짐하면 된다. 모임에서라면 주최 측이 행사성격을 신년맞이로 준비하면 되고 개인적으로는 혼자서 또는 가족이 같이 새해를 다짐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회사나 조직의 새해 업무계획도 12월에 완성시킨다면, 그러면 12월이 마지막 달이 아닌 새해를 준비하는 첫 달이 되는 것이다. 12월을 송년회라는 이별식에 매달려 살다보면 신년 1월은 2009년의 13월이 되어 새해의 한 달을 까먹게 된다.

하지만 12월을 2010년을 시작하는 첫 달이라고 생각하면 신년은 한 달을 더 벌어 13개월을 살 수 있다. 송년행사에 휩쓸리는 12월의 개념을 바꿔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