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한 ‘사회공헌’, 졸작을 위한 변명


책을 많이 쓰는 전문가들이 많다. 몇 일전에 만난 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장은 “현재까지 30권을 썼으며 평생 100권을 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즉 자신이 현재 50대 초반이므로 90세가 넘도록 책을 쓴 피터 드러커를 닮는다면 자신도 앞으로 30, 40년 동안 100권의 책을 쓰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책을 쓰면 쓸 수록 그리고 관심사항이 많아지고 접하는 일들이 많아 질 수록 책을 쓸 소재가 무궁무진하게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이 들어가고 전문가가 될 수록 책을 써서 많은 사람들이 읽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의 말대로 「주식회사 장성군」이라는 책은 우리나라 많은 지자체들에게 혁신의 촉매제가 되어 지자체와 공무원들이 성과를 올리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 ‘책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이었음이 분명하다.


또 농협중앙회 상무와 강원도 정무부지사를 지내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조관일 박사 역시 20여권의 책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삼성그룹사의 임원으로 퇴직하여 종합인적자원관리회사를 경영하는 가재산 사장 역시 10여권의 책을 내놓아 후배 직장인들이 실무에서 지침서로 활용하게 했다. 그분들은 순전히 자신의 직무현장에서 소재를 찾고 자기가 했던 일 주변에서 해결해보고 싶은 것의 답을 제시해줌으로써 후배 직장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공헌 활동’을 한 것이다.

이렇듯이 자신이 지금까지 다뤄온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립한다면 자신의 지식을 많은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고, 자신의 전문성을 더욱 배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꾸준한 자료수집과 정리, 그리고 몇 개월에 걸친 집필과정이 고행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잘 먹고 책을 써보겠다는 용기만 낸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작가들은 말한다. 처음 한 권이 어렵지만 그 후부터는 책쓰는 재미가 생긴다고 하니 그들의 말을 믿고 망설이는 분들은 잘 준비해 보기를 바란다.

필자도 이번 학기부터 폴리텍대학에서 교재로 사용할 「기술경영」이라는 책의 집필주문(오히려 쓰고 싶은 열망을 허락받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을 받고, 지난해 가을 긴 추석연휴에 고향가는 것도 포기하고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추석연휴 전에 얼굴에 생겨난 점을 뺐던터라 아물지 않은 상처로 안경테에 붙었던 세균들이 감염되어 온 얼굴에 붉긋 붉긋 화농이 생겨 고생 했고, 그것을 핑계로 몇 주일간 컴퓨터 앞에 앉지 않는 게으름을 피우기도 했다. 아내는 “이렇게 좋은 가을 날 주말에 남편 뒷모습만 쳐다보고 집에 있어야 하느냐?”고 푸념섞인 항의를 해오기도 했다.



개강 후 학생들 손에 쥐어진 책에서 작은 행복의 파동이 느껴진다. 공학도들에게 부족한 사회과학의 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인 것 같기도 하다. 앞에서 교훈적인 말씀을 해주신분들 같이 나도 일선 교육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학생들에게 책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한 것이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넘겨보는 책장들에서 벌써 고치고 추가하고 싶은 내용들이 발견된다.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실무현장의 변화모습을 책에 담고 싶은 것이 생겼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책 내용을 보완해 가는 것이 진정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라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