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사자의 우람한 얼굴을 떠올려 보라. 갈기를 휘날리며 포효하는 모습이 떠오르는가? 그런데 우람한 얼굴에 멋 드러진 갈기를 휘날리는 숫사자가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모습이 상상이 되는가? 놀거나 이를 닦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가 고파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모습.

숫사자는 머리가 커서 빨리 달리지 못한다. 목숨을 걸고 도망가는 가젤이나 멧돼지를 쫓아가 잡아먹는 건 초원 벌판에서 쉽지 않은 얘기다. 스피드가 해결이 안되니 풀섶에 숨어 있다가 순간적으로 달려들어 먹이를 제압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람한 얼굴과 긴 갈기 때문에 숨어 있어봐야 효과가 없다. 

이도 저도 안되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암사자가 사냥한 먹잇감을 빼앗아 먹어야 한다. 문제는 집단 생활을 하는 암사자 패거리에 걸리면 그마저도 어렵고 오히려 몰매 맞고 쫓겨나기 일쑤다.

그래서 우람한 얼굴을 한 멋 드러진 갈기를 가진 숫사자가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영광과 업적이 훌륭했지만 현재를 개척하지 못하는 리더는 초원 위의 숫사자 꼴이다. 이리저리 새롭게 시도해 보지만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다. 이도저도 안되어 부하들이 일군 성과를 가로채거나 그 마저도 여의치 않아 축처진 어깨를 보이며 조직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리더라면 초원 위의 숫사자처럼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는 준비가 필요하다.



정진호_《일개미의 반란》 저자, 세계경영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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