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터미널역에서 7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을지로3가역에서 3호선 전철에 올랐다. 지난달 18일 12시 쯤의 일이다. 낮시간이라 그리 혼잡하진 않아 선 채로 스마트폰을 열어 전자책에 몰입하고 있었다. 전동차는 동호대교 북단, 옥수역에 멈춰섰다. 스크린도어가 열렸고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내리고 탔다.

전동차가 승하차를 위해 역에 정차하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20~ 30초.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멈춰선 채로 족히 2분은 지났다. 출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승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 멘트도 없다. 또 한참을 기다렸다. 그제서야 안내방송이 새나왔다. 비상제동장치 고장으로 열차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으니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달란다.

전철 고장,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듯 웅성거림도 잠시잠깐, 사람들은 이내 예사스러운 일로 넘겨버린다. 이로인해 이 노선의 열차운행이 50여分 가까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7일 출근시간에도 3호선 경복궁역에서 같은 이유로 전동차가 멈춰 10여분 간 운행이 지연됐다. 이로 인해 승객 900여 명이 차에서 내려 후속 열차로 갈아타는 불편을 겪었다는 뉴스도 접했다.이럴 때마다 임기응변식 판박이 대책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노후부품을 전량 교체 하겠다” 또 안내방송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면 “모든 전동차에 비상안내방송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지난번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역시 무대책으로 일관해오다 터져버린 인재다.

2013년 1월에는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2015년 8월에는 2호선 강남역에서, 그리고 지난 5월에는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용역업체 직원이 같은 이유로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엄청난 사고에도 서울메트로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걸 들여다 보면 “협력사 관리나 작업자 통제를 철저히 이행하겠다”로 귀결된다. 그냥 두루뭉술하기 짝이 없­­다.

서울 지하철은 1974년 8월 15일 서울역과 청량리역 구간의 개통으로 시작됐다. 그 사이 서울에는 9개 전철 노선과 다수의 광역철도 노선이 생겨났다. 이제 서울에서 전철의 수송분담율은 40%에 이를만큼 시민의 발이 됐다.

서울시는 “서울시내 어디서나 걸어서 10분 안에 지하철”이라는 모토로 10개의 경전철 건설도 진행 중이다. 서울 지하철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촘촘해져 가는 지하철망과는 반대로 안전관리의 틈새는 듬성하기 이를데 없다. 운영은 방만하고 안전은 뒷북이다.

 

 

홍콩의 마천루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빅토리아 피크, 지난 5월 초, 홍콩에서 가장 높다는 이곳을 오르기 위해 ‘피크트램(Peak Tram)’을 탔다. ‘피크트램’은 홍콩섬의 센트럴지역에서 빅토리아 피크까지 운행하는 산악 트램이다. 경사 45도의 급비탈을 따라 트램이 묵직하게 출발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모조리 드러누운 것처럼 보였다. 심한 비탈길을 오르는 피크트램 속에서 느끼는 착시현상이다.

그림같은 빅토리아만과 홍콩섬이 발아래로 펼쳐졌다. 선로의 총 길이는 1,364m로 고도 368m 지점까지 올라간다. 트램은 도르래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두 대로 운행하는데, 한쪽 트램이 정지하면 다른 쪽 트램도 함께 정지된다. 1888년 완공된 이래 128년 간 운행했지만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단다.

 

고장이 나거나 사고가 생긴 후에야 고치거나 점검하는 우리와 다르다. 아무 이상이 없어도 날을 정해 올스톱 시킨 다음 철저히 점검한다. 128년의 무사고 기록은 그냥 지켜지는 게 아니다. 즉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유비무환'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데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전철 관리, 촘촘한 지하철망을 자랑할 게 아니라 안전불감증 치료가 우선이다. 바로 홍콩의 ‘피크트램’ 정신이 부러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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