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해 건너편 일본 중부지방에 이사카와현이 있다.

금년 2월 초 8개 지자체가 통합, 출범한 이시카와현 하쿠산시는 산 좋고 물이 맑아 예로부터 니혼슈(청주)로 유명한 고장 이다.

하쿠산(2702m)은 후지산과 함께 일본인들이 가장 찾아 보고 싶어하는 정신적 성지이기도 하다.

스키장 골프장 온천 등도 많아 최근에는 국내뿐 아니라 한국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이 곳에 ‘도부로쿠(일본식 막걸리)’ 특구가 첫 선을 보였다.

“하쿠산에서 흘러 나오는 맑은 물로 전통의 맛을 살리기 위해 특구 신청을 했습니다.”

막걸리를 만들고 있는 오쿠무라 에이지씨는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정이 담긴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제조를 시작했으나 지역 주민의 반응도 매우 좋다고 설명한다.

민박이 생업이지만, 막걸리 덕분에 투숙객들이 두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오쿠무라씨는 20여년 전부터 부인과 함께 숙박업소인 ‘시시쿠소’를 운영해 왔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막걸리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커 관심은 많았다. 하지만 술 제조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현행법상 양조업을 하려면 상당한 자본가 설비가 필요하고, 개인들이 술 만드는 것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의 특례 조치를 통해 막걸리 제조가 가능해 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작년 하반기 하쿠산시에 특구 신청을 한뒤 3개월 만에 인가를 받았다.

일본 정부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02년 하반기부터 특구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일본 전국에 설치된 특구는 영어마을, IT마을 등 500개를 넘어섰다.

막걸리 특구는 전국에 40여개가 만들어 졌다.

숙박업, 식당 등 서비스업을 하면서 논밭을 경작하는 사람들은 막걸리 특구 신청 자격이 있다.

오쿠무라씨가 특구 신청을 하자 하쿠산시는 인허가까지 모든 행정 수속을 대행해 주었고, 생산 설비를 무료로 지원했다.

오쿠무라시는 매달 두 차례 100리터 가량의 막걸리를 부인과 함께 만들고 있다.

막걸리의 맛은 물과 쌀, 그리고 손 맛에서 나온다는 게 오쿠무라 부부의 설명 이다.

관광객 이나 옛날 막걸리 맛을 잊지 못하는 지역 주민이 주요 고객 이다.

츠카다 소이치 하쿠산시 관광부장은 “관광객에게 얼마나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느냐에 관광업의 경쟁력이 달려 있다”면서 “막걸리 특구가 우리 고장을 찾는 외지인에게 새로운 문화 상품으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선 지자체 경쟁 시대가 본격화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