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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아소산(阿蘇山) 분화구는 신의 허락이 있어야 볼 수 있다고 한다.

지리산 천왕봉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둘 중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곳은 어딜까?

답은… 복불복이다.



버스 안 일행들의 얼굴이 불쾌했다.

공짜? 술은 원래 맛이 좋아 오버할 수밖에 없다.

맥주공장 견학을 마친 일행은 인근 일본식 관광식당에 들러 점심식사를 한 후

버스에 올라 다음 일정인 北 큐슈 아소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하늘은 여전히 심술 맞다. 비는 심보 사납게 시리 종일토록 내릴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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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엔 습기가 가득 차 꿉꿉하고 후텁지근하다.

누군가 에어컨 가동을 주문한다. 아소산까지는 2시간 반을 가야 한다.



아소산(阿蘇山)은 구마모토 현의 동부에 위치한 활화산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칼데라와 웅대한 외륜산(外輪山)을 가진,

‘불의 나라(火の?)’ 구마모토 현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화산 활동이 평온한 시기에는 화구에 가까이 가서 견학할 수 있지만,

활동이 활발하거나 유독 가스가 발생할 경우는 화구 부근 진입을 막는다.



외륜산의 내측을 중심으로 하여 아소쿠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온천과 관광ㆍ레저 스포츠가 산재한 유명 관광지로, 여름이 되면 많은 라이더가 투어를 위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日규슈여행-제5신... 신의 영역인가, 아소산(阿蘇山)이 외면하다

 사진=아소산, 구마모토현 관광 진흥과


통칭하여 ‘아소산’으로 부르고 정식 명칭은 아소오악(阿蘇五岳)이라고 한다.

현재 분화구가 있는 산은 ‘아소 나카다케(阿蘇中岳)’이다.

서쪽으로부터 키시마다케(杵島岳), 에보시다케(烏帽子岳), 나카다케(中岳),

그리고 최고봉 1,592m의 다카다케(高岳), ‘아소열반상’의 얼굴에 해당하는 봉우리가 네코다케(根子岳)이다. 이 중 지금도 활발하게 용트림하고 있는 것이
‘나카다케’이다. 바로 ‘나카다케’로 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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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아소열반상, 아소훌쩍넷 아소시 관광협회


‘아소열반상’은 아소산의 5개 봉우리가 마치 누워있는 부처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열반상의 배꼽 부분이 지금도 끊임없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활화산 지역이다.



아소산의 전체적인 분화구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둘레가 14km인 백두산 천지만 봐도 마치 바다를 보는 듯 한데 아소산 분화구 둘레는 무려 128km에 이른다. 엄청난 크기다.

타원형 모양의 아소산 칼데라 분화구는 한 번에 생긴 건 아니다.

수백만 년에 걸쳐서 폭발하고 주저앉고, 다시 말해 융기와 침강을 반복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거대한 칼데라 분화구가 만들어지고 나서도 이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칼데라 가운데서 다시 화구가 터지기 시작하더니 또 하나 산이 생겨났다.

거대 칼데라 분지 안에 형성된 그 산을 경계로 南아소와 北아소로 나눠지는 아소市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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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니아어로 ‘칼데라(Caldera)’는 냄비라는 뜻이다.

화산 폭발로 생긴 대규모 함몰 지형을 말한다.

이 냄비 안에 물이 고여 칼데라호수가 되었고 분화구의 외벽이 갈라지면서 물이 빠져나가 지금의 지형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아소산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 아쉽게도 비구름은 걷힐 기미가 없다.

가이드의 한 걱정에 누군가 한마디 건넨다.

“신의 영역이라 하니 가이드가 그리 상심할 일은 아닌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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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소산 화구, 아소산 홈페이지-아소산 분화구 사진집


맑은 날이라 해서 화구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유독가스(이산화유황/SO2)이다.

뭉게뭉게 뿜어져 나오는 게 수증기가 아닌 유황가스이다 보니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부느냐, 가스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관광객들의 화구 접근 가부를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처럼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날엔 바람의 방향이나 가스의 양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 물론 센서가 있어 통제에 문제는 없으나
화구로 가는 로프웨이는 십중팔구는 가동을 멈출 것이라 했다.

지난해 11월 아소산은 22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용암을 토해냈다.

화산재가 공중으로 1km 높이까지 치솟았다.



가이드가 당시의 경험담을 이야기 했다.

“10월 말 경으로 기억해요. 분화구 바닥에 늘 비취색 물이 고여 있는데
그 물이 바짝 말라 있었어요. 펑 터지기 전에 고인 물이 한번 쑥 빠진다고
알고는 있었어요. 쓰나미도 그렇지요.

물이 확 밀려오기 전에 한번 쑥 빠진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반복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그걸 보고 이미 알았대요.

오래전 동남아에 쓰나미가 왔을 때 살아남은 어느 부부의 전언에 따르면
바닷물이 확 빠지는 걸 보고 구경삼아 바다로 나가려 하니까

‘엄마, 학교에서 배웠는데, 물이 이렇게 확 빠지면 다시 더 큰 물이 온대요.

그러니 가지마세요’라고 아이가 말리더랍니다.

더 높은 곳으로 가자는 아이 말대로 언덕 위로 올라갔더니 정말 엄청난 쓰나미가 들이닥치더랍니다.

아소산의 물이 그랬어요. 이상하다, 그 물이 다 어디로 갔지?

아니나 다를까, 작년 11월에 폭발이 있었죠. 한번 쑥 빨아들였다가 ‘펑’하고 터지면서 많은 화산재와 용암이 흘러나온 겁니다.”



이렇듯 아직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아소산은

언제 또 어떻게 용트림할지…오직 神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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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캐한 유황냄새가 코를 자극해 왔다. 화산박물관 주차장에 버스가 멈춰섰다.

예상했던 바이나 날씨는 더욱 심술을 부렸다.

코 앞 화산박물관 건물조차 흐릿할 정도로 비안개가 자욱했다.

로프웨이도 올 스톱 상태다. 끝내 신이 허락 치 않았다.



아소산 분화구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어 ‘신의 영역에 발을 딛다’며 나팔 불어볼까 했는데…물거품이 됐다.



또 한번 가이드의 이야기를 빌어 칼데라의 규모를 떠올려 보자.

“일본의 어느 호수로 손님들을 안내했어요.

‘이 호수는 일본 제일의 아름다운 호수로서~’ 이렇게 설명을 이어 가는데
누군가 “나가 바이칼 호수를 봤는디…이건 호수도 아니여~”라고 초를 칩디다.

또 어느날, 아담한 폭포로 손님들을 모신 적 있는데요.

‘이 폭포는 3단폭포로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하는데

“아으~ 나가 나이아가라를 봤는디 ,,이건 폭포도 아니여~’라고 초를 칩디다.

그렇습니다, 바이칼을 보고 나이아가라를 보셨는데 눈에 들어올 리 만무 하죠”

그런데 만약에 오늘 아소산의 칼데라에 구름이 걷혀 통제가 풀려 접근할 수만 있다면

여러분은 이제 세계 어디 화산에 가셔서도 이렇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아으~ 나가 말씨~ 아소 칼데라를 봤는디 이건 분화구도 아니여~”라구요.



日규슈여행-제5신... 신의 영역인가, 아소산(阿蘇山)이 외면하다


화산박물관을 둘러보고 15분짜리 ‘아소산의 4계’ 영상을 보며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심보 사나운 비안개는 화산박물관을 막 벗어나자, 약 올리듯 걷히기 시작했다.

가시거리도 조금씩 좋아졌다. 비로소 넓은 초지가 눈에 들어온다.

억새를 태워 거뭇거뭇한 초지에 파릇파릇 생명이 움트고 있다.



日규슈여행-제5신... 신의 영역인가, 아소산(阿蘇山)이 외면하다

 사진=아소산/고메즈카, 구마모토현 홈페이지


산구비를 돌아 내려가는데 우측으로 왕릉처럼 생긴 동산이 눈에 들었다.

이 역시 아쉽게도 대부분 안개에 갇혔으나 귀퉁이만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사전 검색해 본 자료가 없었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밥그릇을 엎어 놓은 듯한 모습의 고메즈카(米塚)라는 쌀 무덤이다.



옛날에 아소에 대 기근이 일어났는데 먹을 것이 없었던 사람은 굶어 죽기도 하고

풀을 뜯어 먹기도 했다. 아소의 신들이 불쌍히 여겨 손으로 쌀을 떠서

하늘에서 내려주었는데 그 쌀이 쌓여 현재의 고메즈카(쌀 무덤)가 되었다고 한다.

실은 이 역시 칼데라의 또다른 소폭발로 생겨난 화산으로 정상에는 직경 100m, 깊이 20m 정도의 화구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버스로 한 참을 내려서니 쿠사센리(草千里)다. 말 그대로 풀밭이 천리에 달한다.

광활한 초지에 소와 말을 방목하고 있다는데 비가 와서 그런가, 눈에 띄질 않는다.

우리나라 소는 누렁이 즉 황소인데 일본의 소는 흑소이다.

그런데 유독 이곳 아소산의 초지에 방목되고 있는 소는 황소이다.

일본인들은 이 소를 아까우시(황소)라 부른다.



이런 우스개 소리도 있다.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이 아소산에 놀러왔는데 소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일본에서 흑소만 보다가 이곳에서 우리의 황소를 발견하고선

감격하여 “아~ 소!”라고 외치셨단다.

그때부터 이곳 지명이 “아소”가 되었다나 우쨌다나~

아무튼 아소산의 물과 초지가 좋아 이곳 유제품의 인기도 짱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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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큐슈 전통 료칸식, 기구치 호텔(Kikuchi Kanko Hotel)로 향했다.

오늘 저녁은 유카다 걸치고서 和食을 맛보고 온천욕을 즐기게 된다.

왼종일 빗속을 헤매고 다녀 꿉꿉한 몸뚱어리다.

나긋나긋하게 호사시켜서 다다미방에 눕혀야겠다.



<다음 편으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