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R협회] 생애설계와 은퇴설계
요즘 부쩍 들을 기회가 많다. 백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더 자주 회자되고 있다. 생애설계는 말 그대로 은퇴설계를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다. 생애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생애설계이다. 은퇴설계는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생애설계와 은퇴설계 중요성은 시간이 거듭될수록 더 강조되고 있다.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의 ‘신인류’ 탄생!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신인류‘가 등장했다. 백세시대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필자는 축복에 한 표를 투표하겠다. 아버지 세대는 맹자의 ’고신얼자(孤臣孽子)‘가 일상이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이겨 내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굳은 마음으로 하루를 버텼다. 늘 부족하고 어려운 생활의 연속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일념과 어스름 땅거미가 내려앉을 때 저 언덕 너머 들려오는 ’단장(斷腸)의 미아리고개‘로 또 하루가 저물어 갔다. ’신인류‘ 탄생에는 과거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다. 땀방울의 절규가 만든 세상이니만큼 즐겨야 한다.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계획(Plan)-실행(Do)-피드백(See)의 습관화이다. 생애설계와 은퇴설계만이 살 만한 세상을 더욱 보람되고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만든다.

계획보다 실천 !

계획은 수정하기 위해 만든다. 주변에서 계획을 완벽하게 실천한 사례를 찾아 볼 수 있을까? 그 만큼 계획은 수립도 실행도 어렵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의 차이는 실행에 있다’라고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천하는 것이 더 값지다. 수정은 실천해야 가능하다. 결과와 계획의 차이를 분석하고 원인을 찾아 계획을 수정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처방 또한 확실하다. 진단의 정확성은 세밀한 계획에서 시작된다. 두루뭉술한 계획은 포괄적 진단을 유발한다. 처방의 성공률을 높일 수 없다.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조지 도란(George T. Doran)의 SMART(Specific, Measurable, Achievable, Realistic, Timely) 기법을 활용해 보자.

은퇴설계는 주거·생계·의료보장

은퇴설계에 담아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 개인마다 천양지차(天壤之差)이다.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면 주거 보장, 생계 보장, 의료 보장이다. 국가가 보장하는 공적인 부분과 개인이 부담하는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공적부분에서 의료보장은 양호한 편이다. 노인 의료의 쌍두마차는 4대 보험의 하나인 ‘건강보험’과 2008년 7월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두 제도 덕분에 노후 의료는 소득에 관계없이 일정 수준까지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증가되는 사회적 부담은 차후에 논의하더라도 말이다.

주거 보장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임대주택은 주로 젊은층 대상이다. 노인을 위한 공공주택제도는 한국주택토지공사에서 운영하는 ‘국민임대주택’이다. 무주택 저소득층이 대상이다.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하늘에 별따기이다. 그러다 보니 주거 보장은 개인이 감내해야 할 몫이 훨씬 더 크다. 연금 삼층석탑에 ‘주택연금’을 한 층 더 올릴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제도 마련을 하였지만, 한층 더 쌓을 주택이 없다면 이 것 마저 화중지병(畵中之餠)이다. 주거 보장은 기간을 두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은퇴설계가 아닌 생애설계에 포함하여 실천해야 한다.

생계 보장은 일자리 확충이 우선이다. 요즘 60대 고용절벽의 심각성을 논하고 있다. 2019년 2/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가 46만개 증가하였다고 발표하였다. 60대 신규 일자리가 49.1% 증가하였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은 감소하였다. 보건․사회복지(16만2천개), 도소매(7만7천개), 공공행정(6만7천개)순으로 일자리는 증가하였다.

노년의 일의 가치 : 소득 보충, 자존감 회복, 효율적 시간관리

노년의 일이 갖는 의미는 세 가지이다. 첫째, 소득 보충이다. 예전만큼은 안 되지만 매월 정기적으로 수입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위로가 된다. 둘째, 자존감 회복이다. ‘아직은 사회에 기여할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인정을 받는 것이다. 인구통계학적 기준인 나이에 따라 ‘등떠밈’의 은퇴는 사실상 인정하기 싫은 것이 현실이다. 독일 시인 사무엘 울만이 ‘청춘’의 시에서 ‘단지 연령의 숫자로 늙었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강변한 것처럼 말이다. 생체적 나이는 비록 사회가 만든 기준에 부합할 수 있지만, 21세기의 50대는 20세기의 50대 보다 여러 면에서 더 젊다. 마지막으로, 효율적 시간 관리이다. 일은 보람과 가치를 느낄 수도 있지만 노년의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살아온 만큼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긴 시간을 취미나 소일거리로만 지낸다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닐 것이다. 일은 근로시간 뿐 아니라 자투리시간에 또 다른 배움으로 이어질 수 있어 평생교육시대에 효율적 시간관리에 적합하다.

은퇴세대의 고민은 날로 깊어만 간다. 백세시대가 되면서 은퇴 이후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던 것도 또한 사실이다. 동경이 어느 순간 근심으로 되돌아온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설계의 결과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계획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자. 지금까지 살아 왔던 것처럼 한 발자욱 한 발자욱 내딛어 보자. 오늘도 어김없이 해가 뜨는 것처럼 말이다.



박창동 HRD박사(KDB산업은행 전문위원/한국HR협회 칼럼니스트)

[한국HR협회] 생애설계와 은퇴설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