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식구들이 모두 나간 빈 집에 혼자 남아,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2악장을 듣거나 맨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e단조를 들으며 차 한 잔을 마시고 있다면 당신은 무척 행복한 것입니다.





며칠 동안 긴 시간을 참고 견디며, 925페이지의 책을 다 읽고, 지금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밑줄을 긋고 있다면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다섯 명의 친구와 막걸리를 마시고 녹두전을 먹으며 수다를 떨면서, 전화기를 보지 않고 집중해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면 당신은 매우 소중한 사람입니다.





주말, 잠시 시간을 내어, 일주일 동안 쌓아 놓은 신문을 펼쳐놓고 관심 있는 칼럼이나 에세이를 다시 한 번 읽으며, 따로 오려두는 여유가 있다면 당신은 고귀한 분입니다.





일요일 오후, 시간을 내어 서점을 찾아 배회하다가, 계단이나 구석에 앉아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빙그레 웃을 수 있다면 당신은 기쁨을 느낄 줄 아는 분입니다.





몇 년 만에 소식을 알게 된 친구가 지금 당장 만나고 싶다고 전화를 했을 때, 그를 만나서 밥 한 번 사 주며, 그 동안 쌓인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당신은 풍요롭고 너그러운 사람입니다.





모처럼 전람회나 화랑에 들러, 멋진 그림 앞에 서서 온갖 상상을 하며 정신 없이 바라볼 수 있다면 당신은 즐거움을 아는 분입니다.





은행 문을 나설 때 미소를 지을 수 있거나, 밝은 얼굴로 병원을 나올 수 있다면 당신은 만족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겁니다.





퇴직한 지 오래 된 직장에서 경조사에 관한 소식을 전해왔을 때, 부담 없이 찾아가 예의를 표할 수 있다면 당신은 잘 살아 온 것입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오랜만에 전화를 했는데, 상대방이 아주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며 당장 보고 싶어 한다기에 당장 뛰어 나갈 수 있으면, 당신은 성공한 인생을 살아온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시며 “네 덕분에 행복했다.”고 말씀하시면 당신은 효자 효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