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덥다고 판사가 반바지를 입고 수건을 두르고 재판장에 나타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의사가 빨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강남스타일”을 부르면서 수술실에 들어서면, 환자는 어떤 기대를 하게 될까?

의사가 하얀 가운을 입고 판사가 법복을 입고, 종교인들이 각 종교 교리에 맞는 옷을 입는 이유는 각자의 직업에 대한 권위와 상징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옷은 그 사람의 신분과 품격을 나타낸다고 했다. 아무리 덥고 추워도 입어야 할 옷이 있고 함부로 벗지 않아야 할 장소가 있다. 걸음걸이에서부터 눈빛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몸가짐에는 교양과 지혜의 수준이 나타나는 것이다.


“언어의 한계가 그 사람 세계의 한계” 라고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말과 글에는 평소의 생활 철학과 인격의 수준이 묻어난다. 지도자는 고상한 말만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상스러운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가볍고 천박한 말을 제멋대로 지껄여서도 안 된다. 의미 있고 품위 있는 말을 선택해서 신중하게 표현해야 한다.

대중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쉽고 편한 말을 할 수는 있지만, 대중을 속이고 선동하기 위해 거짓과 위선으로 꾸며지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요즘 정치인들 중에 상스러운 말이나 천박한 언어를 제멋대로 떠들며 젊은이들의 인기를 끌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젊은이들이 그들의 수준을 모를 리가 없다.

웃어 주면서도 경멸하고 있다는 점을 본인만 모르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형편없는 수준의 어휘들을 제멋대로 사용하고 표현하고 있다. “듣보잡”, “멘붕” 등과 같은 언어는 세종대왕이 만든 적이 없다. 유행에 따른답시고 의미도 없는 약어를 같이 따라 하고 있다. 언론은 국민의 정서와 교양을 이끌어 줄 중요한 대중매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유능한 지도자는 품위있는 유머와 교양을 갖춘 위트가 필요하고, 재치 있는 대응도 필요하지만, 깊이 있는 정치 철학과 국가에 대한 존엄과 국민에 대한 예의가 중요하다. 지도자는 국민의 눈높이와 수준에 맞춘답시고 이성을 잃거나 맞지 않는 논리에 부화뇌동하면 안 된다.

국민으로 하여금 교양 있고 품위 있는 세계시민으로 이끌어 가야 할 책임을 느끼며, 국민의 수준보다 나은 게 있어야 리더이며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선수들이 세계무대에 나가 국위를 선양하고, 기업가들은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현실에 정치인들만 우왕좌왕하며 요동을 치고 있다. 국제 외교와 안보, 경제 불황, 부채 급증 등 가볍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수가 말춤을 추며 “XX 스타일”로 국제적인 스타가 되면서 돈 방석에 앉는 모습은 정말 부럽고 신나는 일이다. 그 음악과 춤 역시 세계적인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고 멋지다.


그러나 국회와 공관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밤새워 토론을 해도 해답이 쉽지 않은 문제들과 현안들이 산적한 이 때에, 의원 나리님들과 기관장님들이 “XX 스타일”을 따라 길거리에서 말춤을 출 때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