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산으로 들로 바다로 놀러 다니는 주말에, 혼자 방구석에 쑤셔 박힌 채 책과 씨름을 하거나 낙서를 즐기거나, 다들 퇴근한 시간에 사무실에 한 두 명이 남아 라면을 끓여 먹으며 수다를 떨며 바쁘게 일을 하는 시간은 즐겁다.



이 나이에 눈치 보며 일을 하자니 아니꼽고 치사하다며,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고 회사를 그만 두는 사람들과 달리, 잘릴 때까지 묵묵히 시키는 일 하면서 기다리는 즐거움 또한 대단하다.



1년도 되지 않아 적성에 맞지 않느니, 인간관계가 힘이 드느니 하면서 사직서를 내는 신출내기들의 용기를 보면서, 그래도 한 3~5년은 버텨야지 하는 인내심으로 견디는 즐거움 또한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유행을 쫓아 머리에 물을 들이고, 뼈를 깎아 내고, 남의 살을 붙이려고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을 때에 그 돈으로 책을 사 보고, 여행을 좀 더 많이 하고, 대학원도 들락 거리는 기쁨은 아무나 누릴 수 없다.



가볍고 쉬운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 틈에 가끔 읽지도 못하는 영문 원서를 들고 다니며 폼을 잡는 것도 재미있고, 길을 몰라 쩔쩔매는 외국인에게 다가가 영어를 잘 하는 척 하며 길을 가르쳐 주는 기쁨도 감출 수 없다.



제 시간에 출근하고 제 시간에 퇴근하는 것보다 일찍 출근해서 학원 들렀다가 사우나 하고 일찌감치 올라 와 신문을 보는 것도 좋고, 늦게까지 남아 밀린 서류 정리해 놓고 여유 있는 도로를 달리는 쾌감도 짜릿하다.



화려한 호텔 바에서 양주와 와인을 마시며 멋진 무용을 구경하러 가려다가 그냥 골목길 허름한 고깃집에서 삼겹살 몇 점 시켜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친구와 사는 이야기 하는 것도 얼마나 기쁜지.



해 낼 자신도 없는 일을 맡아 놓고 근심과 걱정으로 나날을 보내며 고민하다가 결국 마감일이 되어서야 욕을 먹어 가며 부랴부랴 끝내면서 한숨짓는 희열을 누가 알랴?



그런 과정을 거쳐 노련한 숙련공이 태어나고, 그런 인내와 무모한 용기가 전문가를 탄생시키며, 지독한 고집과 줏대가 리더를 만들어 낸다는 걸 아무나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