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부장은 어제 저녁 일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모처럼 부서 직원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번개를 쳤는데, 직원들은 다 도망가고 최과장과 김대리, 세 명끼리만 술을 마시다가 일찍 집에 갔다.



왜, 직원들은 킴 부장을 무서워할까? 싫어하는 걸까, 미워하는 걸까? 왕따시키는 걸까? 자신이 평소에 직원들을 얼마나 생각하고, 그들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자신의 깊은 속을 아는지 모르겠다.”



그건 킴 부장의 생각이다.





“팍 주임은 킴 부장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회의를 하건, 업무보고를 하건, 하다 못해 노래방엘 가도 킴 부장은 원칙을 따진다. 반드시 한 사람이 한 곡씩 돌아 가며 순서대로 노래를 부르라는 것이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이고, 빈틈없는 완벽함에 부서 직원들은 모두 질려 있다.



특별히 나쁜 사람도 아니고 흠 잡을 데도 없이, 매사에 철저해서 업무실적만큼은 따라 올 사람이 없지만, 너무나 많은 일을 혼자서 다 처리하고 감독하기 때문에 3년이나 함께 일을 했지만 팍 주임은 배운 것도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역량을 보여 줄 기회가 없었다.”



그건 팍 주임의 느낌이다.





굳이 급변하는 국제 사회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터넷과 휴대폰의 영향으로 빠르게 전달되는 정보의 공유와 다양한 계층간의 의사소통이 삶의 영역을 한층 높은 차원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이에, 획일적이고 주관적인 생각과 습관만으로는 복잡한 사고력과 행동양태를 가진 조직구성원들을 이끌어 갈 수 없는 것이다.



전문적 기술과 탁월한 업무처리 능력 이외에도 칭찬과 꾸중을 적절히 할 수 있는 카리스마, 고뇌하는 젊은이에게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심리 상담 능력, 회의 석상에서 적대적 감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팀원에게 말을 걸어 주는 인간적인 배려 등을 고루 갖춘 감성리더가 되어야 한다.



유행처럼 번지는 감성리더는 어떻게 태어나는가?





첫째, 정신적 감응을 보여 줄 수 있는 내적 자질과 정신력(Spiritual Intelligence)이 강해야 한다.



경영 관리자로써, 전문가로써 갖추어야 할 지적 능력은 철학과 심리학, 문학, 역사의 이해 등을 통한 학습과 다양한 경험으로 계발된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밑줄 쳐 가며 읽은 후, 그 책을 직원들과 돌려 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직원간에 나타나는 분쟁을 모른 척 하지 않고 한 사람씩 불러, 서로를 격려하고 달래 주는 자상함과, 회의시간에 늦은 사람이 들어 오지 못하도록 문을 잠그는 냉정함도 있어야 한다. 이는 투철한 장인정신을 지닌 정신적 지도자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바쁜 와중에도 사회학, 협상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고루 학습함으로써, 어떤 주제에 대해서 누구와도 타당한 주장을 내세워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기술(Advisory Skill)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경험을 통한 다양성과 유연성(Diversity and Flexibility through Experience)을 갖추어야 한다.



자신의 직무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은 물론, 인사, 영업, 기획, 생산, 정보시스템 등 인접 관련업무에도 관심을 갖고 틈틈이 남을 도와 가며 간접경험을 쌓아야 한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관련분야의 전문서적을 읽거나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하여 각종 세미나와 발표회에 참여한다. 결근한 직원들 대신하여 고객 앞에서 제안설명(Presentation)을 하고, 영업과는 관계없는 직원을 데리고 나가 고객접대를 가르치는 인재육성도 잊지 않아야 한다.



하나라도 더 배운다는 마음과 자세로 전문가들을 찾아 다니며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자기만의 경험과 주장이 아니라 그들의 언어와 감각으로 이해해야 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 여기엔 시간과 돈이 함께 투자된다. 땀과 눈물도 흘려야 한다. 이를 아깝게 생각하면 얻어지는 게 없다.





셋째, 인간관계 관리 능력(Human Relationship Skill)이다.



화가 나 미칠 것 같은 상황에서 조용히 웃을 수 있는 여유, 새벽 3시에 일어 나 브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두 장의 글을 쓰는 “자기 발견의 시간”을 만들어 내는 통제력, 술 마시고 미안해 하며 밤늦게 들어 오는 아들을 포장마차로 데리고 가서 소주 한잔을 더 사 주는 배려, 부부싸움 끝에 삐친 아내의 허리를 뒤에서 감싸 안으며 장미 한 송이를 앞으로 내미는 아량과 유머,



두꺼운 경영학을 읽고 골치 아픈 영자신문의 사설을 읽다가도, 아내와 연속극을 보면서 눈물 글썽거리는 나약함,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해외 바이어와의 거래협상에서 멋지게 실패한 저녁엔 식구들을 불러 내어 돼지갈비를 먹으러 가는 자상함,



여사원이 올린 결재서류에 틀린 숫자를 발견하고 즉시 기안지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 후, 다시 올린 결재서류에 사인을 하고 쵸콜릿을 끼워 줄 수 있는 카리스마 등 사람을 이끌고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여기엔 자신도 포함한다.





감성만으로 감성리더가 될 수 없다.



감성과 카리스마가 조화(Balance with Emotion and Charisma)를 이루어야 한다. 인간의 내면을 꿰뚫어 보고 타인의 자아를 이해함으로써, 반짝이는 상대의 눈빛을 통해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생각보다 어렵더군”, “그게 마음대로 되니?”라고 제쳐 둘게 아니라 시도하고 연습해서 감성지수를 높여야 21세기에 리더로 존재할 수 있다. 그런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Not knowing), 바로 지금 그래야 하는 것(But doing. Just do it.)이다.



클래식을 듣고 싶다고 이야기 하지 말고, 지금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를 듣는다. 그것이 카리스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