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저를 좋아 합니다.



아주 오랫동안 저를 쫓아 다니며, 저를 본받고자 했습니다.



제 강의가 있는 날이면 쫓아 와서, 장소를 묻고 시간을 물었습니다.





제 강의를 들을 때마다 맨 앞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하고,



뭔가 열심히 배우려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고, 갸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저에게 다가 서며 한 마디를 건넸습니다.







“저…, 이런 말씀 드려도 좋을런지요?



사실은 제가…..



교수님 강의를 들으며, 교수님께서 고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체크해 놓은, 몇 가지 개선할 점이 있는데…,



감히 제가 이런 말씀 드려도 괜찮을까요?



언짢아 하실지 모르겠지만…. ”







이런 건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말을 감히, 제 앞에서,



자신있게 말해 줄 누군가가 있다는 점에 대해



두렵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어설픈 저의 강의 기법에 혹시, 찬물이라도 끼얹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면서





“그래? 그렇다면 한 번 들어 보자꾸나…. ”



하면서, 용기를 내었습니다.







“홍 교수님은, …………..



………………………..



…………………………





………………… 아시겠죠?”







정신이 아득했습니다.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저만 잘 난 줄 알고,



그저 제 방식대로 떠들어 대던,



그런 강의 방식과 주장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꼬집는 그를



저는 그냥 돌려 보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 우리, 소주나 한 잔 하자구…”





삼겹살에 소주를 몇 잔 걸치며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생전, 아무도 가르쳐 줄 것 같지 않던 일들을,



자신도 느끼지 못하던 문제점들을,



꼼꼼하게 적어 두었다가,



가슴을 헤집고 들어 오듯이,



정곡을 찌르는 그의 조언과 충언에, 저는 그만.



질식하고 말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저는 기뻤습니다.





그런 사람이 가까이 있었으며,



그런 말을 용기 내어 말 해 줄 수 있는, 그런 젊은이가 있다는 거.





기쁜 저녁이었습니다.



술에 취해, 회의실 소파 위에서 코를 골고 있는 그를 깨우며,





집에 가자고 일으켜 세웠습니다.





비틀거리며 계단을 내려 가는 그, 젊은이가



오늘은 예뻐 보였습니다.





그런 날도 있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