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유격수 경쟁 벌이는 3명 두고 "다들 고만고만…성에 안 차"
독설도 아끼지 않는 '냉정한 초보 감독' 두산 이승엽
온화한 성품에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이승엽 감독은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은 뒤 달라졌다.

프로야구 감독이라는 자리의 무게감을 느낀 탓인지, 필요할 때면 선수들에게 거침없는 일침을 가한다.

호주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강도 높은 훈련으로 사정없이 선수단을 몰아쳤던 이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은 시범경기에서도 이어진다.

이 감독은 2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에서 열린 kt wiz와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앞두고 유격수 후보 3명에게 냉정한 평가를 했다.

두산은 현재 베테랑 김재호(38)와 이유찬(25), 안재석(22)이 유격수 자리 하나를 놓고 경쟁하는 형국이다.

이 감독은 "본인이 욕심이 있고 주전으로 뛰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더 보여줘야 한다"면서 "튀어 오르는 선수가 없고 다들 고만고만하다.

성에 차지는 않는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어떤 부분이 성에 차지 않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수비와 공격, 주루 등 모든 부분이 아쉽다"며 "프로야구 주전 유격수로 뛰려면 스피드가 다른 선수보다 월등하든지, 공격력이나 수비가 월등하든지 뭔가 특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사실 제 눈에는 부족하다"고 구체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한 마디로 세 명의 선수 모두 두산의 주전 유격수로는 기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독설도 아끼지 않는 '냉정한 초보 감독' 두산 이승엽
이 감독은 13일부터 19일까지 치른 시범 6경기에서 각각 2경기씩 선발 유격수 기회를 줬다.

그리고 kt전에는 이들 3명을 동시에 출전시켜 테스트를 진행했다.

선발 유격수로는 김재호가 출전하고 이유찬이 2루수, 안재석이 3루수로 베이스를 지켰다.

김재호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쳐 시범경기 타율이 0.077(13타수 1안타)까지 내려갔고, 이유찬은 3타수 1안타에 도루 1개로 시범경기 타율을 0.200(15타수 3안타)까지 끌어 올렸다.

이유찬과 마찬가지로 3타수 1안타를 친 안재석의 시범경기 타율은 0.182(11타수 2안타)다.

확고부동한 주전 선수에게는 시범경기 성적이 중요치 않아도, 경쟁을 벌이는 선수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나란히 빈타에 허덕이는 유격수 후보가 이 감독의 성에는 차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김재호는 워낙 실적이 있는 베테랑 선수다.

이유찬과 안재석은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라며 "남은 시범경기에서 빨리 (주전 유격수를)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감독의 지적은 선발 경쟁을 벌이는 투수에게도 향했다.

딜런 파일이 골 타박 부상으로 당분간 출전하지 못하는 두산은 최승용(22)과 박신지(24), 김동주(21)까지 3명의 투수가 선발 2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독설도 아끼지 않는 '냉정한 초보 감독' 두산 이승엽
이중 최승용은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4회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5회 2점을 내주긴 했어도, 4⅓이닝 2피안타 7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5선발 후보로는 나쁘지 않은 투구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마지막이 좋아야 하는데 투구 수가 60개가 넘어가며 힘이 떨어졌다"고 냉정하게 바라봤다.

여기에 "본인이 자신감을 얻었으니 좋은 점도 있지만, 투구 수가 늘어가면 제구력에서 문제가 나오니까 선발 투수로 뛰려면 100개는 던져야 한다"는 주문까지 더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끝내고 지난해 9위로 시즌을 마친 두산은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거침없이 달려왔기에 선수들은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싶을지 몰라도, 현역 시절부터 겸손한 성품과는 무관하게 승리욕의 화신이었던 이 감독은 지휘봉을 잡고도 '승리를 향한 열정'을 숨기지 않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