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남자 5,000m 계주 금메달·혼성 계주 은메달 획득
전날 500m 실격엔 "내 실수…그래도 경기력은 매우 만족"
마침내 입 연 린샤오쥔 "한국 대회 긴장했지만…하던 대로 준비"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한국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린샤오쥔은 12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3 KB금융 ISU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혼성 2,000m 계주에선 은메달을 각각 획득했다.

린샤오쥔이 이 대회에서 메달을 딴 건 4년 만이다.

2019년 한국 국가대표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종합 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이후 대표팀 동성 후배 성추행 사건에 휘말려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자 중국으로 귀화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중국 선수로 뛸 수는 없었다.

'한 선수가 국적을 바꿔서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에 따라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 한동안 출전하지 못했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서야 중국 선수로 등록 절차를 마쳤다.

힘든 시간을 보낸 린샤오쥔은 지난달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2022-2023시즌 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500m에서 귀화 후 처음으로 국제대회 개인 종목 우승을 차지해 부활을 예고했다.

마침내 입 연 린샤오쥔 "한국 대회 긴장했지만…하던 대로 준비"
오성홍기를 달고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얄궂은' 상황에서 많은 시선을 받은 그는 개인전 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다.

11일 남자 5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트랜스폰더(기록측정기)를 착용하지 않는 실수로 실격당한 데 이어, 이날 남자 1,000m에선 준준결승 탈락의 쓴맛을 봤다.

그러나 린샤오쥔은 계주에서 중국의 우승에 힘을 보태며 기다리던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달 4일 입국 당시 대회 출전 소감 등을 묻는 말에 "모든 경기를 마치고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던 그는 남자 계주를 마치고 국내 취재진 앞에 섰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에 응한 그는 "모든 선수에게 매 대회가 소중한 것처럼, 나도 올 시즌 4년 만에 국가대표로 나왔다.

'그냥 계속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노력했던 것 같다"며 "한국에서 오랜만에 하는 대회라 더 긴장하기도 했지만, 하던 대로 준비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지난 시간을 묻는 말에 "물론 힘들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지금 내가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다.

마침내 입 연 린샤오쥔 "한국 대회 긴장했지만…하던 대로 준비"
큰 표정 변화 없이 질문에 답하던 린샤오쥔은 전날 500m에서 실수로 메달을 놓친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도 1등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판이 트랜스폰더가 어디 있냐고 해서 다리를 보고 '단단히 잘못됐구나' 생각했다.

내 실수로 인한 것이다.

물론 아쉽지만, 어제 경기력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금메달을 받은 것 같았다.

경기력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기간 경기장에선 많은 한국 팬과 중국 팬이 린샤오쥔을 응원했다.

린샤오쥔은 "아직도 많은 한국 팬이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중국 팬들도 멀리까지 오셔서 응원해주셔서 고맙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감사를 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