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생각…9㎏ 감량하고 야구 분석용 노트북도 구매"
'22억 옵션' 감수한 롯데 한현희 "자신 있었기에 계약"
2022년 겨울은 한현희(30)에게 참 매서웠다.

국내 최고 수준의 사이드암 투수로 평가받던 한현희는 큰 기대를 품고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왔으나 구단들은 냉정한 평가를 했다.

양의지(두산 베어스), 박민우(NC 다이노스), 채은성(한화 이글스) 등 대어들은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엄청난 몸값을 받으며 계약서에 사인했지만, 한현희의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원소속 팀 키움 히어로즈를 비롯해 어느 구단도 한현희를 찾지 않았다.

날짜가 하루하루 지나갔다.

한현희의 가슴은 타들어 갔다.

2022년의 마지막 날에도 한현희의 휴대폰은 울리지 않았다.

17일 연락이 닿은 한현희는 "많은 생각을 했던 시간"이라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FA 자격을 취득했는데 예상과는 다른 평가를 받아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구단들이 한현희를 외면한 이유는 분명했다.

보상 규모가 큰 A등급인데다 구단들은 일명 '워크 에식'(work ethic·성실함)에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다.

키움이 2022시즌 포스트시즌에서 한현희를 엔트리에서 뺀 것도 그의 가치를 끌어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현희는 "다 내 잘못이다"라면서 "그렇기에 더욱 이를 악물고 새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 더 독하게 2023시즌을 준비했다.

비록 소속 팀이 없고 결혼 준비로 바빴지만, 매일 많은 땀을 흘리며 몸 관리에 집중했다.

한현희는 이번 겨울 몸무게 9㎏을 감량했다.

그는 "가장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몸무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롯데 자이언츠가 FA 계약 제의를 했다.

계약 내용은 특이했다.

계약기간 3+1년. 계약금 3억원에 보장 연봉 총 15억원, 최대 연봉 37억원, 최대 총액 40억원의 조건이었다.

옵션을 달성하지 못하면 단 18억원을 받고, 기준에 맞는 기록을 모두 세우면 40억원을 받는다.

옵션에 따른 수입 차이가 무려 22억원이었다.

아울러 롯데는 3년이 지난 뒤 선수 의사에 따라 웨이버 공시를 해 전 구단과 다년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조항도 넣었다.

철저히 성적에 따라 수입이 갈리는 구조다.

한현희는 군말하지 않고 도장을 찍었다.

부산 경남고 출신인 그는 '부산 사나이'답게 "자신 있었기에 계약한 것"이라며 "제대로 보여드리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에 야구 분석용 노트북을 하나 샀다"며 "이제 난 한 가정의 가장이다.

야구에만 전념해 최고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아울러 "날 선택해준 롯데와 롯데, 부산 팬들을 위해 최고의 경기를 보여드릴 것"이라며 "롯데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 그곳에 함께 있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