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 '대면 대국' 고집해 '신진서 vs 셰커' 결승전 표류
한국기원 "여러 번 문의했지만 여전히 미정…제3국 개최도 가능"
2년이나 지연된 응씨배 세계바둑 결승 3번기, 안 여나 못 여나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최고 권위의 세계대회가 2년째 표류하고 있다.

제9회 응씨배 세계 프로바둑선수권대회는 이미 2년 전에 준결승이 끝났지만,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결승전이 아직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응씨배는 2020년 9월 8∼11일 제9회 대회 본선 1라운드인 28강전부터 8강까지 온라인으로 열렸다.

2021년 1월 10∼11일에는 역시 온라인으로 준결승까지 마쳤다.

전기 대회 준우승자인 박정환 9단을 비롯해 신진서·신민준·변상일·김지석·이동훈·안성준 9단 등 7명이 출전한 한국은 신진서가 결승까지 진출했다.

28강에서 셰얼하오 9단을 제압한 신진서는 16강에서 제7회 대회 우승자인 판팅위 9단을 꺾고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8강에 올랐다.

8강에서는 구쯔하오 9단을 물리친 신진서는 2021년 1월 열린 준결승에서 중국의 자오천위 8단을 2-0으로 봉쇄하고 가볍게 결승까지 진출했다.

2년이나 지연된 응씨배 세계바둑 결승 3번기, 안 여나 못 여나
신진서의 결승 상대는 2000년생 동갑내기인 셰커 9단으로 정해졌다.

셰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강자지만 신진서가 앞서 붙은 중국 기사들보다는 다소 편한 상대로 여겨졌다.

통산 상대 전적은 2017년 리민배 세계신예바둑최강전에서 한 차례 붙어 신진서가 승리했다.

이에 따라 이미 세계 최강자로 떠오른 신진서가 응씨배 정상에 올라 명실공히 세계랭킹 1위 기사로 대관식을 치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이 대회를 주최하는 잉창치바둑기금회가 결승 3번기는 '대면 대국'으로 치르겠다고 선언한 뒤 일정이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뒤 모든 세계바둑대회는 온라인으로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잉창치 기금회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승만큼은 신진서와 셰커가 바둑판을 놓고 맞붙는 장면을 연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2년이나 지연된 응씨배 세계바둑 결승 3번기, 안 여나 못 여나
문제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결승전 일정이 이미 2년이나 미뤄졌다는 것이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바둑 팬들은 물론 결승전에 오른 대국 당사자들마저 기다리다 지칠만한 상태가 됐다.

이에 대해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주최 측에 문의했지만, 결승은 '대면 대국'을 하고 싶다는 얘기만 반복해서 들었다"라고 전했다.

양 총장은 또 "결승전 일정이 2년이나 미뤄진 만큼 다시 한번 주최 측에 일정을 재촉해 볼 계획"이라며 "장소가 여의치 않으면 제3국에서 결승전을 치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응씨배는 대만의 바둑애호가이자 기업이었던 고(故) 잉창치씨가 1988년 창설한 세계대회다.

창설 당시 총상금 100만달러, 우승 상금 40만달러의 파격적인 상금을 내걸어 단숨에 세계 최고의 바둑대회가 됐다.

한국은 제1회 대회부터 4회 대회까지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 9단이 차례로 우승하며 바둑 최강국으로 성장했고, 제6회 대회에서 최철한 9단이 우승하면서 통산 5번이나 우승했다.

중국은 창하오(5회), 판팅위(7회), 탕웨이싱(8회) 등 세 차례 우승했다.

일본은 준우승 두 차례에 그쳤고, 대만은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