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응원단 등에 디오프의 번호 '19' 새기고, 선수단은 추모 세리머니
[월드컵] '2002 영웅' 디오프 2주기에 16강 확정…세네갈 팬·선수단 추모
화려한 '칼군무'로 눈길을 끄는 세네갈 응원단이 현지시간으로 29일에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A조 3차전 시작 전에는 잠시 침묵했다.

상체에 '보디 페인팅'으로 'SENEGLA'를 새긴 세네갈 응원단 리더들은 에콰도르와의 경기 킥 오프 직전, 그라운드를 향해 등을 보였다.

세네갈 응원단 7명의 등에는 '19'가 새겨져 있었다.

19는 2020년 11월 29일 신경계 관련 희소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으로 세상을 떠난 세네갈의 축구 영웅 파프 부바 디오프가 달았던 번호다.

이번 월드컵이 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열리면서, 세네갈은 디오프 사망 2주기에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에콰도르와 A조 3차전을 벌였다.

승리해야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 세네갈 선수단과 응원단은 디오프를 떠올리며 힘을 냈다.

[월드컵] '2002 영웅' 디오프 2주기에 16강 확정…세네갈 팬·선수단 추모
세네갈의 주장이자 세계 최정상급 센터백 칼리두 쿨리발리(31·첼시)는 이날 주장 완장에 '19'를 새겼다.

1-1로 맞선 후반 25분, 쿨리발리는 이드리사 게예가 페널티 아크 밖 20m 지점에서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올린 프리킥이 경합 중에 오른쪽으로 흘러나오자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골문을 갈랐다.

세네갈은 한 점 차 승리로 승점 3을 추가해, 승점 6(2승 1패)으로 네덜란드(승점 7·2승 1무)에 이어 A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세네갈이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8강까지 오른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0년 만이다.

세네갈은 2002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5월 31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개막전에서 전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1-0으로 꺾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역대 월드컵 최고 이변으로 꼽는 경기다.

당시 결승골을 넣은 선수가 디오프였다.

디오프는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도 2골을 넣었다.

세네갈은 16강에서 스웨덴마저 꺾으며,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월드컵] '2002 영웅' 디오프 2주기에 16강 확정…세네갈 팬·선수단 추모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며 세네갈 대표팀은 '어게인 2002'를 외쳤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세네갈 주장 완장을 찾던 알리우 시세는 이번 월드컵에서 감독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이런 세네갈 선수단에 고(故) 디오프는 특별한 존재다.

에콰도르전에서 경기 최우수선수 격인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에 뽑힌 쿨리발리는 "2년 전 오늘, 세네갈의 위대한 축구 선수 디오프가 세상을 떠났다.

디오프와 그의 가족에게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 트로피를 바친다"며 "어릴 때 디우프를 보며 꿈을 키웠다.

오늘 꼭 그에게 자랑스러운 후배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테랑가의 사자'(Les Lions de la Teranga) 세네갈 선수들은 관중으로부터 현수막을 받아들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현수막에는 디오프의 얼굴과 '진정한 사자는 죽지 않는다'(TRUE LION NEVER DIES)라는 추모글이 담겨 있었다.

세네갈은 한국시간으로 5일 오전 4시, 잉글랜드와 16강전을 치른다.

올해 2월 열린 2021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세네갈 사상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든 '새로운 황금세대'는 디오프와 시세 등 '원조 황금세대'가 20년 전에 달성한 월드컵 8강 신화 재현을 꿈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