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축구연맹 친선경기…이영표·김병지, 여야 감독으로 전술지휘
김진표 "정치긴장 높지만 그럴수록 부대껴야" 정진석 "국민에 작은 위안"
"오늘만큼은 웃고 격려"…여야, 대립속 22년만에 친선 축구대회
여야 의원들이 18일 몸을 부대끼며 국회 운동장을 함께 누볐다.

국회의원 친목 모임인 의원축구연맹은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사흘 앞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서 여야 국회의원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여야간 축구대회는 2000년 이후 22년만에 처음으로, 내년도 예산안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검찰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주변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 등을 둘러싼 여야간 극심한 갈등속에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적어도 그라운드에서만큼은 극심한 갈등과 대치 국면을 잠시 잊고 둥근 축구공을 다투며 호흡을 함께 했다.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김진표 국회의장은 경기 시작에 앞서 축사를 통해 "22년 만에 여야 축구대회가 성사됐다"며 "예산심의와 국정조사로 정치권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여야 의원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며 땀을 같이 흘리는 모습을 보면 국민들이 좀 더 편안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인 정진석 국회의원축구연맹 회장도 "20여 년 만에 여야 의원들이 한데 모여 좋은 시간 갖게 됐다"며 "매일 서로 째려만 보다가 오늘만큼은 서로 웃고 격려하면서 좋은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면 작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도 이진복 정무수석, 전희경 정무비서관이 직접 국회 운동장을 찾아 여야 친선 축구대회 개최를 축하하고 귤을 선물했다.

"오늘만큼은 웃고 격려"…여야, 대립속 22년만에 친선 축구대회
경기 시간은 전·후반 25분씩으로, 각 팀에서 여성의원 1명을 포함해 총 12명이 출전했다.

빨간 유니폼을 입은 국민의힘 측에서는 주장 송석준 의원을 필두로 정진석·김석기·김학용·노용호 의원 등이 나왔고, 여성 의원으로는 김미애·허은아 의원 등이 출전했다.

푸른색 유니폼의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주장 위성곤 의원을 비롯해 윤호중·김성환·민병덕·천준호 등 의원이 나왔고, 여성 의원으로는 임오경·이수진(비례) 의원 등이 모습을 보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영웅인 이영표, 김병지 선수가 각각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감독을 맡아 이날 전략과 전술을 코치한 점도 이목을 끌었다.

여야 친선 축구대회는 애초에 지난 8월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그동안 2차례나 순연됐다.

8월 30일로 예정됐던 경기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발(發) '가처분 내홍'에 시달리던 국민의힘 측 요청으로 한번 미뤄졌고, 지난달 25일 예정됐던 경기는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 등으로 민주당 측 요청에 따라 미뤄진 바 있다.

내년도 예산안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놓고 여야 간의 대치 정국이 이어지고 있지만, 오는 26일 예정된 한일의원 친선 축구대회 선수 선발과 여야 간 긴장 완화 필요성 등을 고려해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만큼은 웃고 격려"…여야, 대립속 22년만에 친선 축구대회
이날 축구경기 이후 출전 선수들은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만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의원축구연맹은 이날 경기에서 확인한 선수들의 기량을 토대로 오는 26일 한일·일한의원연맹 친선 축구대회에 출전할 선수를 선발한다.

'2002 한일월드컵 공동유치 2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한일 국회의원 친선 축구대회는 한일월드컵 개막식이 열렸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