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2개 친 키움은 실책 3개로 자멸
슈퍼캐치, 또 슈퍼캐치…SSG 우승 만든 호수비 열전
프로야구 단기전은 기세 싸움이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팀이 승리하기 마련이다.

분위기를 띄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홈런이지만, 때로는 수비 하나가 경기 흐름을 뒤집을 수도 있다.

SSG 랜더스는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6차전에서 호수비 릴레이로 키움 히어로즈를 4-3으로 격파하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반면 키움은 홈런 2개를 터뜨리고도 승부처마다 뼈아픈 실책을 3개나 범하면서 주저앉았다.

SSG 수비수들의 플레이는 말 그대로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SSG 선발 투수 윌머 폰트가 홈런을 얻어맞고 멘털이 흔들릴 때마다 야수들은 몸을 던지는 슈퍼 캐치로 팀을 일으켜 세웠다.

SSG는 3회초 폰트가 상대 팀 임지열에게 선제 투런 홈런을 얻어맞아 위기에 놓였지만, SSG 우익수 한유섬이 기가 막힌 슈퍼캐치로 상대 팀 더그아웃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1사에서 이정후의 외야 파울 타구를 끝까지 쫓아간 뒤 몸을 던져 잡았다.

한유섬은 펜스에 부딪힌 뒤에도 공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홈런을 허용했던 폰트는 한유섬의 호수비에 기운을 차리고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반면 키움은 곧바로 치명적인 실책을 연거푸 저질렀다.

SSG는 3회말 추신수와 최지훈의 연속 안타로 만든 1사 1, 3루 기회에서 한유섬이 내야 땅볼을 쳤지만, 키움 1루수 전병우가 악송구해 주자 두 명이 그대로 홈을 밟았다.

슈퍼캐치, 또 슈퍼캐치…SSG 우승 만든 호수비 열전
키움의 실책은 계속됐다.

후속 타자 후안 라가레스의 땅볼을 키움 유격수 김휘집이 잡지 못하고 뒤로 흘렸다.

이때 1루 주자 한유섬은 2루를 거쳐 3루로 뛰었고, 주루 과정에서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절뚝거리며 3루로 이동했다.

공을 잡은 이정후는 3루로 공을 던지지 않아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했다.

SSG는 2사 1, 3루 기회에서 추가 득점하진 못했지만, 경기 흐름을 잡기엔 충분했다.

SSG의 호수비는 계속됐다.

SSG는 부상 이탈한 한유섬 대신 베테랑 김강민을 투입했고, 중견수 최지훈은 우익수로 자리를 옮겼다.

최지훈은 2-2로 맞선 5회초 키움 선두타자로 나선 박준태의 파울 타구를 날렵한 펜스 플레이로 잡아냈다.

3회 한유섬의 플레이를 재연하듯 이를 악물고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SSG는 폰트가 흔들린 6회초에도 호수비로 대량 실점을 막았다.

폰트는 상대 팀 이정후에게 우월 솔로홈런을 허용한 뒤 야시엘 푸이그에게 좌전 안타를 얻어맞고 휘청거렸다.

이때 SSG 좌익수 라가레스는 후속 타자 김태진의 짧은 타구를 내달려 잡아냈다.

SSG는 6회 위기를 한 점으로 틀어막고 경기 흐름을 다시 가져올 수 있었다.

SSG의 6회말 역전도 키움의 실책에서 시작됐다.

선두 타자 라가레스는 2루 땅볼을 쳤고, 키움 2루수 김태진이 포구 실책을 범해 무사 1루 기회가 만들어졌다.

실책은 바뀐 투수 에릭 요키시와 포수 이지영을 흔들었다.

후속 타자 박성한 타석 때 이지영은 요키시의 공을 뒤로 흘리면서 1루 주자 라가레스가 2루에 안착했고, 이후 박성한이 풀카운트 끝에 4구를 얻어내며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SSG는 기울어진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최주환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 3루에서 김성현이 좌중간 2타점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7회초에 나온 SSG의 연속 호수비는 마치 앙코르 플레이 같았다.

SSG 유격수 박성한은 이용규의 깊은 파울 타구를 내달려 잡아낸 뒤 주먹을 불끈 쥐며 세리머니를 펼쳤고, 1루수 최주환은 김혜성의 강습타구를 감각적으로 잡았다.

점수 차는 4-3, 한 점이었지만, 경기 분위기는 SSG로 완전히 넘어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