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오픈 2R 선두 '그랜드슬램 기회'…"부담감, 어차피 받는다면 좋은 위치에서"
전인지 "캐디와 내기 중…주말엔 '보기 없는 라운드' 도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도전하는 전인지(28)가 캐디와의 '내기'로 동기부여를 더하고 있다.

전인지는 5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이스트로디언의 뮤어필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를 단독 선두(8언더파 134타)로 마친 뒤 "대회 시작 전 코스에 관해 얘기하며 캐디(딘 허든)와 내기를 하나 했다.

보기 없는 라운드를 하면 그날 캐디가 저녁을 사고, 또 100달러씩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기로 경기 시작 전에 새로운 목표를 하나 더 잡게 됐고, 그런 마음가짐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 1라운드 3언더파로 공동 5위에 올랐고, 이날은 단독 선두로 올라섰으나 모두 보기가 하나씩 있었던 전인지는 "남은 대회에선 보기 없는 라운드에 도전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캐디가 사는 저녁은 아직 먹지 못했지만, 전인지는 지난 두 라운드를 흡족하게 보냈다.

2017년에야 여성 회원을 받기 시작하고 여자 프로 대회는 이번에 처음으로 열린 뮤어필드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G 여자오픈이나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여자 골프 5대 메이저 대회 중 4개 대회를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하는 그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다.

전인지 "캐디와 내기 중…주말엔 '보기 없는 라운드' 도전"
전인지는 "오늘 바람이 많이 불긴 했지만, 스코틀랜드에 부는 바람은 이곳을 사랑하게 하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홀 에지에 공이 걸쳐 있다가 바람 덕분에 떨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경기를 되짚었다.

그가 말한 홀은 13번 홀(파3)이다.

버디 퍼트가 홀 가장자리에 멈췄다가 잠시 뒤 떨어지며 짜릿한 버디가 됐다.

전인지는 "퍼트를 하기 전 그려본 스피드보다 1% 정도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인지 홀의 낮은 쪽에 공이 멈췄다.

그런데 보니 공이 약간 움직이더라"며 "스코틀랜드 바람이 심하니까 공을 향해 좀 불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자마자 공이 홀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더 즐거운 마음으로 남은 이틀 동안 바람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바람의 도움을 받았으니,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말을 맞이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전인지는 이 '행운의 퍼트'를 포함해 이번 주 1, 2라운드 모두 퍼트를 26개씩만 기록하며 우승 도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동반 플레이한 제시카 코다(미국)가 퍼트 레슨을 받고 싶다고 밝힐 정도다.

전인지는 "제시카가 라운드 중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내가 스윙할 때의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한다고 하더라"며 "다른 선수가 나에 대해 그런 얘기를 해주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제시카의 스윙을 인스타그램에서 볼 때도 있다고 말해줬다"며 "그와 플레이하는 건 항상 즐겁고, 이번에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전인지 "캐디와 내기 중…주말엔 '보기 없는 라운드' 도전"
2018년 10월 이후 3년 넘게 이어지던 우승 갈증을 올해 6월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풀어내며 슬럼프에서 탈출한 전인지는 주말 이어질 또 한 번의 메이저 대회 우승 경쟁도 담담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는 "돌아보면 못 쳤을 때도 그 상황에서의 다른 부담감이 항상 있었다.

그래서 어차피 부담감을 받아야 할 것이라면, 좋은 위치에서 받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메이저 대회 선두가) 전혀 부담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며 "운동선수이기에 함께 해야 하는 부담감과 함께 주말을 잘 준비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