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대신 나선 FA컵 대진 추첨식서 거침없는 입담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나!"…부활 선언한 K리그1 울산 원두재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원두재입니다.

"
전반기 부진을 딛고 그라운드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프로축구 울산 현대 미드필더 원두재(25)가 모처럼 기자회견장에서 자신감을 발산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2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4강 대진 추첨식이 진행됐다.

4강에 오른 각 팀 선수와 감독 1명씩 참석하기로 된 이 자리에 울산에서는 원두재 한 명만 나왔다.

홍명보 울산 감독이 고열에 시달리는 탓에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졸지에 '감독 대행'이 된 원두재는 그의 패스만큼이나 유려한 입담을 뽐냈다.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나!"…부활 선언한 K리그1 울산 원두재
사회자가 각 팀 감독에게 자신의 팀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가 누구냐고 묻자 원두재는 "원두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을 웃게 했다.

원두재는 "시즌 초반 부상이 심했고, 생각한 대로 안 풀리다가 컨디션이 돌아왔다"면서 "나 자신이 많이 기대된다"고 힘줘 말했다.

각 팀 선수에게 어떤 선수가 선제골을 넣을 것 같으냐는 질문이 나오자 원두재는 "원두재 선수가 넣었으면 좋겠다"면서 "밀린 골을 넣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워낙 달변이어서 이런 자리에서 늘 주인공처럼 주목받는 김상식 전북 감독도 이날만큼은 원두재에게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원두재가 이날 '마이크 워크'를 뽐낸 이면에는 자신감에 절박감이 엉켜있다.

원두재는 2020시즌 K리그에 데뷔해 단숨에 '거함' 울산의 주전을 꿰찼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 자리를 오가며 재능을 뽐냈다.

경기의 흐름을 잘 읽고 패스가 좋아 '제2의 기성용'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나!"…부활 선언한 K리그1 울산 원두재
울산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A대표팀에도 승선했다.

그러나 올 시즌 초 부상 악재에 시름 했다.

3월 대표팀에 대체 발탁됐다가 어깨를 심하게 다친 여파가 생각보다 오래가면서 전반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랬던 원두재가 여름을 지나면서 점차 경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아직 공격포인트는 없지만, 체력과 몸놀림이 예전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스스로 "나 자신이 많이 기대된다"고 대놓고 말한 이유다.

원두재가 제 기량을 회복하면 전북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이는 울산에 큰 힘이 될 터다.

정규리그에서 선두 울산(승점 47)은 전북(승점 42)에 승점 5차로 쫓기고 있다.

FA컵에서는 이날 추첨 결과 준결승에서 전북과 맞붙게 됐다.

원두재는 3월 이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그러나 하반기 울산에서 예전 모습을 보여준다면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 복귀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