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감독→총감독으로…코치진 육성에 집중
프로 사령탑으로 24년 인생…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남자대표팀 '금빛 지휘'
18년간 지킨 현대모비스 벤치 떠난다…물러나는 '만수' 유재학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를 18년 동안 지휘했던 '만수' 유재학(59) 감독이 갑작스레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현대모비스는 20일 유재학 감독이 사령탑에서 물러나 총감독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조동현 수석코치가 후임으로 2022-2023시즌부터 팀을 이끌고 양동근 코치가 수석코치로 신임 감독을 보좌한다.

2004년부터 현대모비스를 이끈 유재학 감독은 이제 벤치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코치진 육성과 지원 등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선수 시절 '천재 포인트 가드'로 불렸던 유 감독은 경복고와 연세대를 거쳐 기아자동차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1989년 농구대잔치 최우수선수(MVP)로 뽑혔고 대표팀에서도 활약한 바 있다.

무릎 부상 악화 등으로 28살의 이른 나이에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농구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지도자의 길에 들어서며 오히려 꽃을 피웠다.

그는 연세대 코치 등을 거쳐 1998년 역대 최연소인 35살의 나이에 대우증권(현 대구 한국가스공사) 감독으로 선임됐고, 2004년 3월 30일에는 현대모비스 사령탑에 올랐다.

2021-2022시즌까지 현대모비스에서만 18년 동안, 프로농구 감독으로는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24년간 벤치를 지켰다.

KBL에서는 물론 국내 4대 단체 구기 프로 스포츠인 야구, 축구, 농구, 배구를 통틀어서도 단일 구단에서 가장 오래 지휘봉을 잡았다.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에서 1982년 11월부터 2000년 10월까지 팀을 이끈 김응용(82) 전 감독의 만 17년 11개월을 넘어선 기록이다.

소속팀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유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도 역임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농구에 12년 만의 금메달을 안기기도 했다.

18년간 지킨 현대모비스 벤치 떠난다…물러나는 '만수' 유재학
'만 가지 수를 지녔다'는 뜻에서 '만수'라는 별명을 얻으며 KBL의 명장으로 거듭난 그는 현대모비스에서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각각 6번씩 우승을 경험했다.

2012-2013, 2013-2014, 2014-2015시즌에는 KBL 최초로 챔프전 3연패를 일궈냈다.

유 감독보다 경기와 우승 횟수가 많은 감독도 없다.

정규리그에서만 1천257경기를 지휘해 724승을 기록, 지난 시즌 역대 최초로 통산 700승의 고지를 밟았다.

승률은 57.6%다.

플레이오프에서도 108경기를 치러 가장 많은 58승(50패)을 거뒀으며, 챔피언결정전에서 가장 많은 승리(24승 12패)를 경험한 것도 유 감독이다.

2021-2022시즌 현대모비스는 정규리그 4위(30승 24패)에 오르며 6강 플레이오프(PO)를 치렀다.

유 감독은 지난 4월 6강 PO에서 고양 오리온에 3연패 해 탈락한 뒤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으로 봄 농구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는 다짐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돌연 그는 감독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2023년 5월 31일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지만, 팀의 발전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현대모비스의 구본근 사무국장은 "지난달 초에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는데, 선수 육성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치진 육성을 하는 것이 팀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전했다.

구 사무국장은 "사실 '현대모비스=유재학'이지 않나.

상징적인 존재인 만큼 감독님의 선택을 말리려고 했지만, 구단의 미래를 위해서는 (총감독을 맡는 게) 더 낫다고 판단을 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벤치에만 앉지 않으시는 것이지 팀과는 함께 한다.

7월 미국 서머리그와 8∼9월 전지 훈련에도 동행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