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받아 1년 재활
"키움이 우승할 때, 동료와 함께 그 자리에 있는 게 유일한 올해 목표"
최고 시속 145㎞, 644일 만에 홀드…이영준 "더 좋아지겠습니다"
이영준(31·키움 히어로즈)은 프로야구 2019년 포스트시즌의 신데렐라였다.

기세를 몰아 2020년에는 홀드 2위에 오르며 '확실한 불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21년 이영준의 등판 기록은 없다.

그는 "지난해에는 야구 중계를 거의 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고통 없이 던질 수 있다"는 희망과 "구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뒤섞인 1년을 보낸 이영준이 다시 홀드 행진을 시작했다.

이영준은 18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 경기, 2-0으로 근소하게 앞선 7회초에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홀드를 챙겼다.

그가 홀드를 거둔 건, 2020년 9월 12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 이후 644일 만이다.

키움은 LG를 2-0으로 꺾었다.

이날 이영준은 최고 시속 145㎞를 찍었다.

수술 전보다 시속 4∼5㎞ 정도 낮은 구속이지만, 이영준과 키움에는 희망을 안긴 수치다.

최고 시속 145㎞, 644일 만에 홀드…이영준 "더 좋아지겠습니다"
경기 뒤 만난 이영준은 "최근 홀드를 거둔 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마운드에 설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술 전에도 이영준은 마운드에 오를 때 같은 생각을 했다.

그에게는 등판 기회 자체가 귀했다.

단국대 재학 중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던 이영준은 성공적으로 재활을 마치고, 2014년 2차 7라운드 75순위로 kt wiz에 지명받았다.

하지만, 한 시즌만 치르고 방출당했고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했다.

2017년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하며 다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9년 정규시즌에서 29경기에 등판해 33⅓이닝을 던지며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7을 올리며 1군 선수로 발돋움했다.

2019년 포스트시즌에서는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 모두 등판해 5경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4⅔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했다.

이영준은 2020년 처음으로 '풀타임 1군 선수'로 뛰었다.

25홀드를 올려 kt의 주권(31홀드)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고 시속 145㎞, 644일 만에 홀드…이영준 "더 좋아지겠습니다"
하지만, 2021시즌을 준비하며 이영준은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고 결국 4월 9일에 팔꿈치 뼛조각을 제거하고, 인대를 재건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영준은 "대학 시절 한 차례 비슷한 수술을 해서 두려움은 크지 않았다"고 떠올리면서도 "다만 '구속을 되찾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했다"고 털어놨다.

아직 이영준의 구속이 100% 올라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18일 찍힌 시속 145㎞의 구속에 이영준은 희망을 봤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 시속 150㎞를 찍고 싶다"고 웃으면서도 "내가 예상한 것보다 빨리 시속 145㎞를 찍었다.

아직 나는 구속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단계를 밟아 나가겠다.

분명히 공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2019년과 2020년, 이영준은 키움의 핵심 좌완 불펜이었다.

그러나 당시 선발로 뛰던 이승호가 불펜으로 이동하고, 김재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냉정하게 올해 이영준은 '3번째 왼손 불펜'으로 분류된다.

이영준은 "김재웅은 덕수고 후배라서 잘 안다.

정말 성실한 투수다.

이승호야 워낙 좋은 투수 아닌가"라며 "나는 지금 키움 불펜이 최정상급 전력을 갖춘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특히 왼손 불펜 3명이 동시에 1군에서 활약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3명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좋다"라고 막강 불펜을 구축한 왼손 불펜 후배를 예우했다.

그의 목표는 '시즌 완주'다.

2019년 포스트시즌 신데렐라로 불리며 가을 무대를 누비던 시절도 떠올린다.

이영준은 "우리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올 시즌 나의 유일한 목표는 팀이 우승할 때, 팀 동료들과 함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해 2008년부터 KBO리그에 뛰어든 히어로즈는 아직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18일 현재 단독 2위를 달리며, 창단 첫 우승까지 노린다.

이영준이 2019년 가을 무대를 빛냈던 구위를 되찾는다면, 키움의 희망은 더 커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