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가다 손흥민 프리킥 득점·정우영 극적 동점골로 2-2 무승부
김민재 공백 그대로…후방서 불안한 모습 잇달아 노출
위태로운 수비와 수비형미드필더…파라과이전서 한계노출 벤투호
하체와 허리에 힘이 빠진 벤투호는 '가상의 우루과이' 파라과이를 상대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연속 실점한 뒤 손흥민(토트넘)의 프리킥 만회골과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의 극적인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로 2-2로 겨우 비겼다.

파라과이는 벤투호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상대할 우루과이와 같은 남미 팀이다.

파라과이는 앞서 2일 치른 일본과 평가전에서 최정예 라인업을 가동하지 않았고, 1-4로 대패했다.

그러나 이날 한국을 상대한 파라과이는 일본전에서와 완전히 다른 팀이었다.

일본전 선발 명단에서 무려 8명이나 바꿔 한국전에 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에서 뛰는 미겔 알미론과 헤수스 메디나(CSKA 모스크바) 등 공격의 중심축이 일본전에 이어 한국을 상대로도 선발 출전한 가운데 수비진과 미드필드진이 '주전급' 선수들로 대거 바뀌었다.

특히 센터백으로 EPL에서 뛰었던 파비안 발부에나(디나모 모스크바), '주장' 구스타보 고메스(파우메이라스)가 나서면서 파라과이의 수비라인은 훨씬 단단해졌다.

위태로운 수비와 수비형미드필더…파라과이전서 한계노출 벤투호
한국은 수비에서도, 공격에서도 파라과이를 압도하지 못했다.

후반전 10명이 싸운 칠레 공격진에도 시달렸던 벤투호 수비는 이날 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벤투 감독은 포백 라인을 김진수(전북), 김영권(울산), 정승현(김천), 김문환(전북)으로 꾸렸다.

수비진은 잇따른 실수로 위기를 자초했다.

특히 정승현은 전반 23분 충분히 공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머뭇대다가 알미론에게 공을 빼앗겼고, 이는 첫 실점으로 이어졌다.

벤투호 수비진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패스 실수를 하고 위치선정에도 문제를 드러냈다.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는 수비진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벤투 감독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붙박이'처럼 쓰던 정우영(알사드)는 정강이 근육 부상으로 칠레전 뒤 하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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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우영의 역할을 백승호(전북)가 대신했다.

백승호는 소속팀에서도 비슷한 포지션을 소화한다.

그러나 소속팀에서는 수비보다는 긴 패스와 전진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가는 데 중점을 두고 플레이해왔다.

백승호는 다재다능한 선수이지만, 이날 '정우영의 역할'을 제대로 대신해내지는 못했다.

백승호가 무리하게 전진했다가 수비라인을 위험에 노출하는 장면이 너무도 많이 연출됐다.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요구되는 '제일 덕목'인 안정성 면에서 백승호는 합격점을 주기 매우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벤투호는 김민재와 정우영의 공백을 전술적으로 잘 메우지 못했다.

'하체'와 '허릿심'이 약해진 벤투는 경기 내내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벤투호가 가장 믿는 선수 중 하나인 미드필더 황인범(서울)이 이날 제기량을 보여줬다면, 백승호가 무리해서 전진할 이유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황인범은 벤투호의 '엔진'이다.

그가 중원에서 양질의 패스를 전방에 뿌려줘야 공격의 템포와 파괴력이 살아난다.

하지만 이날 황인범은 거칠고 끈덕진 파라과이의 중앙 미드필더 3명의 압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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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함께 2선에 선 나상호(서울), 권창훈(김천)과의 유기적인, 약속된 플레이가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엔진' 황인범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벤투호가 가진 최고의 무기인 손흥민의 위력은 반감됐다.

칠레전에서 원톱으로 출격해 좋은 모습을 보인 손흥민은 이날 황의조(보르도)와 투톱으로 나섰다.

하지만 공격이 풀리지 않자 자주 2선으로 내려와 연계 플레이를 하는 데 힘을 허비했다.

손흥민은 후반전 중반부터 많이 지친 기색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후반 21분 황의조가 얻어낸 프리킥을 직접 성공시켜 만회골을 책임졌다.

손흥민은 이날까지 6월 A매치 3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해 2골을 넣었는데 모두 필드골이 아닌 프리킥 득점이었다.

위태로운 수비와 수비형미드필더…파라과이전서 한계노출 벤투호
벤투호가 과연 'EPL 득점왕'인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인지, 팬들이 아쉬워할 대목이다.

다만, 벤투 감독은 후반전 적절한 시점에 교체 카드를 써 끝내 무승부를 일궈냈다.

손흥민의 만회골 뒤 많이 뛰는 정우영(프라이부르크)과 발 빠른 엄원상을 투입한 게 '신의 한 수'였다.

엄원상이 오른쪽을 빠르게 돌파하고서 넘긴 크로스를 정우영이 문전에서 밀어 넣어 결국 4만여 관중을 웃으며 귀가하게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