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서말구 교수의 대학 기록 43년 만에 경신…선수 기준 역대 한국 2위
'100m대학新…10초18' 이준혁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이준혁(21·한국체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디는 'ju_nh10.29'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 100m에서 10초29의 기록을 세우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이제 이준혁은 목표를 크게 상향 조정할 수 있다.

한국 육상의 숙원인 '9초대 진입'도 가슴에 품는다.

이준혁은 24일 전라북도 익산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77회 전국대학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10초18로 우승했다.

이준혁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43년 묵은 육상 한국 남자 대학부 100m 기록이 바뀌었다.

종전 기록은 고(故) 서말구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동아대 재학 중이던 1979년 9월 9일 멕시코시티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세운 10초34다.

대학교 4학년인 이준혁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졸업하기 전에 꼭 서말구 교수님의 기록을 넘어서고 싶었다.

10초29를 내 대학 목표로 삼은 이유"라며 "그런데 오늘 10초18로 한국 대학 신기록을 세웠다.

정말 정말 좋다.

믿기지 않을 만큼 좋다"고 기쁨을 맘껏 드러냈다.

'100m대학新…10초18' 이준혁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이준혁이 레이스를 펼칠 때 등 뒤로 바람이 초속 2m로 불었다.

육상 100m는 바람이 초속 2m 이하로 불 때만 '공식 기록'으로 인정한다.

바람이 조금 더 강했다면, 이준혁의 기록은 공인될 수 없었다.

이준혁은 "결승선을 통과하고 한동안 전광판에 기록이 뜨지 않았다.

'초속 2m를 초과하는 바람이 불어서 기록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일단 10초1대 기록을 만든 것에 만족하자'고 마음먹었다"며 "전광판에 내 기록이 뜨고, 바람도 초속 2m로 찍혔다.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10분 정도 멍한 상태였다"고 떠올렸다.

노력이 행운을 만나 신기록으로 탄생했다.

이준혁은 "내 종전 개인 최고 기록이 10초40이었다.

정말 이 악물고 열심히 훈련했는데 기록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서 마음고생을 했다"고 털어놓으며 "내 노력이 보상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100m대학新…10초18' 이준혁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한국 육상 전체로 시야를 넓혀도 이준혁의 기록은 귀하다.

이준혁은 남자 100m 한국기록(10초07) 보유자 김국영(31·광주광역시청)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10초1대에 진입한 스프린터가 됐다.

선수 기준 한국 남자 100m 3위는 10초27의 이규형이다.

사실 김국영의 아성에 도전할 후배로 주목받은 스프린터는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19·안산시청)였다.

비웨사의 개인 최고 기록은 10초44다.

'한국 남자 100m 2위'로 공인받은 이준혁은 "내가 부진할 때 비웨사, 문해진(안양시청) 등 후배들은 10초4대 기록을 내고 있었다.

나보다 비웨사와 문해진을 주목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면서도 "늘 앞서 있는 김국영 선배, 열심히 달리는 후배들을 보며 좋은 자극도 받았다.

나도 열심히 해서 '정상급 스프린터'가 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준혁은 한국 육상에 단 두 명뿐인 '100m 10초1대 기록을 만든 스프린터'가 됐다.

'100m대학新…10초18' 이준혁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이준혁의 '선수 경력'은 매우 짧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육상을 시작하고, 경기모바일과학고에 진학하며 '전문 육상 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이준혁은 "내 또래 선수보다 경험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한다"며 "내 전성기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대학 시절 목표'였던 10초29를 크게 넘어선 이준혁은 이제 한국 육상의 숙원 '9초대'를 바라본다.

그는 "국가대표로 뽑혀 김국영 선배와 함께 훈련하며 '형과 함께 9초대 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며 "정말 어려운 목표지만, 10초29를 보고 달리다가 오늘 10초18의 기록을 세운 것처럼 9초대를 향해 이 악물고 뛰면 가능성이 점점 커지지 않을까"라고 희망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준혁의 등장으로 한국 육상에도 희망이 커졌다.

'100m대학新…10초18' 이준혁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