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꿈꾸는 ‘골프 황제’가 자신의 후계자에게 무릎을 꿇었다.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1라운드를 같은 조에서 뛴 타이거 우즈(47·미국)와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는 180도 다른 스코어 카드를 적어냈다. 4타를 잃은 우즈는 커트 통과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반면 5타를 줄인 매킬로이는 리더보드 첫 번째 자리에 올랐다.

우즈는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CC(파70)에서 열린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버디 3개를 잡았으나 보기 7개를 쏟아내 4오버파 74타로 무너졌다. 1라운드 성적은 공동 99위였다. 7556야드에 이르는 전장은 다리를 다친 황제에겐 너무 길었다.

PGA챔피언십은 우즈가 지난해 2월 교통사고 이후 두 번째로 출전한 대회다. 우즈는 과거 네 차례(1999년, 2000년, 2006년, 2007년) 우승한 이 대회를 앞두고 “마스터스 때보다 더 강해졌다”고 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10번홀에서 시작한 우즈는 첫 홀과 14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으며 순조롭게 출발했으나, 이후 보기를 쏟아냈다.

이번 대회를 위해 5번 우드 대신 넣은 ‘2번 아이언’ 실험도 실패로 끝났다. 낮은 각도의 아이언을 자유자재로 쓰며 ‘스팅어 샷’을 날리던 예전의 몸이 아니었다. 우즈의 이날 그린 적중률은 38.89%에 그쳤다. 우즈는 “드라이버는 나쁘지 않았으나 아이언 샷이 좋지 않았다”며 “버디를 노릴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그나마 드라이버가 잘 맞은 게 위안이었다.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는 346.4야드였고, 페어웨이 안착률은 71.43%였다.

몸 상태도 그저 그랬다. 우즈는 “무게를 실을 때 아프고, 누르면 아프다. 걸어도, 비틀어도 아프다”며 “다만 골프할 때만 그렇다. 경기를 치르지 않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회복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며 “내일 경기에 대비해 염증을 가라앉히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목요일의 황제’로 다시 부활했다. 그는 1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5타를 쳤다. 공동 2위 그룹에 1타 앞선 단독 선두. 2012년과 2014년에 이어 이 대회 세 번째이자 통산 다섯 번째 메이저 우승 도전이다.

시작부터 빠르게 치고 나갔다. 10번홀(파4)에서 출발한 그는 12~15번홀에서 4연속 버디를 잡았다. 후반에는 보기 2개가 나왔으나 버디 3개를 더해 1타를 더 줄였다. 드라이버는 평균 373.6야드 날아갔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71.43%였다.

그린 위에서도 완벽에 가까웠다. 퍼팅 이득 타수는 3.337타였다. 이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평균보다 그린 위에서 퍼팅으로 3.337타를 더 벌었다는 뜻이다.

1라운드가 열리는 목요일에 성적이 좋았고, 시작이 좋은 대회는 대부분 우승했다. 매킬로이의 전성기였던 2014년 1라운드 평균 타수는 68.15타였다. 그의 마지막 메이저대회 우승인 2014년 이 대회에서 우승 당시 그의 1라운드 성적은 66타. 메이저대회 4승을 거둘 때 1라운드 평균 타수도 66타였다.

그러나 2014년을 끝으로 메이저와 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목요일 성적이 처참하다. 2015년부터 이 대회 전까지 메이저대회 1라운드에서 기록한 스코어는 총 35오버파다. 1라운드에 워낙 부진하니 2~4라운드에 잘 쳐도 소용이 없었다.

한국 선수 중에선 지난주 AT&T 바이런 넬슨에서 우승한 이경훈(31)이 가장 잘 쳤다. 그는 이날 1언더파 69타로 공동 16위를 기록했다. 메이저대회 첫 커트 통과에 도전하는 그는 “지난주 기운을 이어간다면 일요일까지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이 대회에서 우즈를 꺾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 챔피언에 오른 양용은(50)은 1오버파 71타를 기록해 김시우(27) 등과 공동 38위에 올랐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6·미국)도 공동 38위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