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포워드' 활용 옵션 잘 살려 꿈꿔온 농구 풀어보겠다"
국가대표 사령탑 추일승 "세계 트렌드 맞는 농구할 것"
"'우리나라도 이런 농구를 하는구나'라는 반응이 나오게 하고 싶어요.

"
19일 남자농구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임된 추일승(59) 감독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포부를 밝혔다.

추 감독은 "지금 우리나라 농구 현실이 암울하다"며 "최근 TV 예능을 통해 농구가 언급되는 현상이 좋은 일이지만, 실상은 올림픽 예선에도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선수단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한 탓에 2023년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불참한 대표팀은 대회 실격 처리됐다.

FIBA가 올림픽 출전권을 세계 랭킹과 일정 부분 연동시킨 까닭에, 대표팀이 랭킹 포인트를 쌓을 기회가 사라져 2024 파리올림픽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추 감독은 "그나마 7월에 열리는 아시안컵과 내년으로 연기된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FIBA가 우리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희망이 있다"며 "이를 위해 국제무대 성적을 꼭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 감독은 한국 농구의 경기 방식도 국제적인 흐름에 맞게 변화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짧은 시간에 변화를 다 끌어낼 수는 없겠지만 국제적으로 최근 유행하는 공격 방식을 도입해 새로운 트렌드의 농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빅 포워드'를 활용하는 옵션을 잘 만들어볼 것"이라며 "여러 포지션을 동시에 수비할 수 있는 선수들로 좋은 경기를 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 말처럼 2000년대 부산 KTF(현 수원 kt) 감독 시절부터 추 감독은 포워드 포지션 선수들을 중심으로 하는 농구로 정평이 났었다.

특히 경기를 풀어가는 데 가드보다도 키가 크고 개인기를 갖춘 포워드들이 중용하는 농구를 선보여왔다.

2015-2016시즌에는 애런 헤인즈, 김동욱, 최진수 등과 이런 포워드 농구를 펼쳐 팀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추 감독은 "좋아하는 농구를 구현할 선수 풀이 잘 갖춰진 듯하다.

이번에 꿈꿔왔던 농구를 경기장에서 풀어보려 한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국가대표 사령탑 추일승 "세계 트렌드 맞는 농구할 것"
실제로 과거보다 운동능력과 기술이 뛰어난 2m 전후의 장신 포워드들이 여럿 등장했다.

최근에는 미국프로농구(NBA) 도전을 선언한 이현중이 뛰어난 기량을 갖춘 대표적 장신 포워드로 꼽힌다.

추 감독은 이현중의 차출 가능성에 대해 "현중이가 이번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빅리그에 도전하려면 빅리그 현장에 있어야 한다.

합류를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합류를 하면 정말 좋겠지만, 안 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농구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추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농구인으로서 혜택을 많이 받은 커리어를 밟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받아온 것을 되돌려 줄 시기라고 봤다"며 국가대표팀 감독직 지원 동기를 밝혔다.

추 감독은 실업 기아자동차에서 선수 생활을 한 지도자로, 상무, 부산 KTF(현 수원 kt), 오리온에서 감독직을 역임했다.

2019-2020시즌 자진해서 사퇴한 이후로도 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 해설위원을 거치며 꾸준히 농구 칼럼을 쓰는 등 농구에 대한 열의를 보여왔다.

"프로 감독은 안 불러주더라"라며 너털웃음을 지은 그는 "최고 선수들이 모인 대표팀에서 일하면서 국위선양을 할 수 있다면 참 값지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명예롭고 상징성이 있는 자리인 만큼 농구 인기를 회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