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능력·센스·슛·정신, 조화" 자평…'풀업 점퍼' 장착 예고
"큰 경기 약하단 편견 깨 기뻐…스스로 한계 두지 말아야"
MVP 수상엔 "모두 대표해 받은 것"
'챔프전 MVP' SK 김선형 "내 농구는 이제 시작…더 성장하겠다"
서울 SK를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창단 이후 첫 통합 우승으로 이끈 플레이오프(PO) 최우수선수(MVP)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자신감이 가득했다.

정관장 KGC인삼공사 프로농구 2021-2022시즌 통합 우승에 빛나는 SK의 베테랑 가드 김선형(33)은 올 시즌 이뤄낸 성과에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더 높은 경지로 올라서길 원했다.

18일 경기도 용인시 SK나이츠 체육관에서 만난 김선형은 "이제 농구가 좀 재미있어졌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김선형은 "어느 시즌엔 운동능력이 좋았지만, 정신력·농구 센스가 부족했고, 또 다른 시즌에는 부상으로 운동능력이 떨어졌는데 이번 시즌은 이런 능력들이 잘 조화된 시기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3점 성공률이 꽤 올라왔는데도 돌파 능력보다 슛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계속 나왔었다"며 "올 시즌은 이런 지적을 극복한 듯해 스트레스도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선형은 PO 8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4.9개의 3점슛을 던져 2개를 성공시켰다.

41%의 성공률이다.

8경기에서 딱 4개를 던져 2개를 넣은 팀 동료 자밀 워니를 제외하면 팀 내 1위다.

특히 김선형은 이번 시즌 강점인 운동능력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알려 기뻤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래시 썬'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역대 한국 농구 선수 중 가장 빠르다고 평가받는 선수다.

그런 김선형도 5년 전 발목 부상 이후부터 운동능력이 정점에서 내려왔다는 평을 받아야 했다.

2017년 10월 18일 울산 현대 모비스와 경기에서 오른 발목뼈가 부러져 4개월가량 공백을 가져야 했던 김선형을 향해 '스피드가 느려졌다'는 평가가 나오곤 했다.

'챔프전 MVP' SK 김선형 "내 농구는 이제 시작…더 성장하겠다"
무엇보다 이런 평가가 '김선형도 나이가 들었다'며 기량이 영구적으로 떨어졌다는 진단으로 이어지는 것이 선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는 "부상 여파가 있었을 뿐인데 에이징 커브라고 하니 힘들었다"며 "이후 발목 상태에 조금씩 적응하며 몸도 많이 좋아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부상으로 신음하던 지난 몇 년간 나도 내 퍼포먼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올 시즌을 앞두고 더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자평과는 별개로 김선형은 "이제 시작인 셈"이라며 커리어의 새로운 단계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앞으로도 농구가 계속 재미있으려면 업그레이드는 필수"라는 김선형은 다음 시즌에도 성장을 예고했다.

김선형이 꼽은 다음 시즌 발전의 키워드는 '중거리슛'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돌파해서 플로터를 올려두거나 3점을 던졌는데 그 중간 지점에서 쓸 수 있는 무기를 장착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 돌파를 막으려 뒤로 물러나 있는 수비를 다시 뚫고 들어가서 플로터를 쏘는 것도 한계가 있더라"라며 "돌파 시 수비가 후진하는 순간 바로 던질 수 있는 풀업 점퍼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점, 중거리슛, 돌파까지 무엇을 할지 수비가 파악할 수 없는 수준의 선수가 되고 싶다"며 '알아도 못 막는 무기'를 내놓고 싶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선형은 한국을 대표하는 가드였던 모비스의 양동근 코치를 언급하며 "가치를 한 번 증명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그는 "동근이 형이 한국 농구에서 위상이 높은 이유는 정점의 기량을 한동안 유지했기 때문"이라며 "나도 정체되기 싫다"고 말했다.

김선형은 전성기 시절의 양 코치와 2012-2013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다가 패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챔프전 MVP' SK 김선형 "내 농구는 이제 시작…더 성장하겠다"
데뷔 2년 만에 해당 시즌 정규리그 MVP를 수상할 정도로 성장한 김선형과 양 코치와 가드 대결에 관심이 쏠린 챔프전이었다.

그러나 김선형이 힘을 쓰지 못한 SK를 모비스가 시리즈 전적 4-0으로 제압했다.

챔피언결정전 MVP는 맞대결 상대인 양 코치에게 돌아갔다.

김선형은 당시를 회상하며 "동근이 형이 벽처럼 느껴졌다"며 "그때의 쓰라린 패배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당시 신예 가드 김선형을 상대한 양 코치는 프로 9년 차로 31세였다.

올해 12년 차인 김선형보다 낮은 연차에 나이도 어렸다.

차세대 가드로 꼽히는 인삼공사 변준형을 챔프전에서 제압한 것을 비롯해 올 시즌 '가드 대전'의 최종 승자가 된 김선형은 후배 선수들을 향해 "한계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이라면 상황이 어려워질 때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게 된다"며 "나도 동근이 형 같은 선수에게 챔프전에서 4연패를 당하니 스스로 한계점이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김선형은 이번 PO MVP 수상으로 자신에게 드리워졌던 편견을 걷어낼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김선형은 "그 시즌 챔프전에서 모비스에 지고, 2017-2018시즌 원주 DB와 챔프전에서 발목 부상 여파로 퍼포먼스가 안 나왔다"며 "이를 두고 큰 경기에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되돌아봤다.

당시 이런 평가를 개의치 않았다는 그는 "모비스랑 할 때는 경험이 너무 없었고, DB와 시리즈에서는 부상 문제가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그때처럼 거리낄 것 없이 모든 게 준비돼 있다는 심정으로 올 시즌에 임했고, 결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 말처럼 이번 챔피언결정전 5경기를 뛰면서 경기당 평균 17.4점 6.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훨훨 날았다.

'챔프전 MVP' SK 김선형 "내 농구는 이제 시작…더 성장하겠다"
그러면서도 김선형은 PO MVP 수상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에게만 쏠리는 일은 경계했다.

그는 PO MVP 경쟁을 펼쳤던 팀 동료 최준용을 향해 "같이 뛰면서 정말 좋았다"고 칭찬하며 "준용이뿐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쳐 우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에서 나, 준용이, 워니라는 큰 퍼즐이 있고, (오)재현이, (최)원혁이, (이)현석이처럼 작은 퍼즐도 있다.

하나라도 없으면 우승은 없다"며 "내 MVP는 모두를 대표해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지난 3월 5일 창원 LG와 홈경기에서 자신과 워니가 다쳐 이후 결장한 기간 동료들이 잘 버텨준 것을 우승 요인으로 꼽았다.

손가락을 다친 김선형은 그달 31일에야 복귀할 수 있었다.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 6경기에서 SK는 4승을 거두며 공백을 최소화했다.

김선형은 "준용이, (안)영준이, 리온 윌리엄스를 포함해 나머지 선수들이 버티는 기간 어느 정도 경기력이 올라왔다"며 "그런 상황에서 나와 워니가 추가되니 팀이 더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이같이 선수로서 발전에 대한 포부를 밝힌 김선형이지만 다음 시즌 팀 차원의 목표로는 우승이 아닌 '6강'을 제시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선형은 "SK가 지난 2017-2018시즌 우승하고 다음 시즌에 6강을 못 갔다"며 "(SK에 남게 된다면) 팀의 이런 불명예를 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승을 했다고 다음 시즌에 또 우승하는 게 아니다"라며 "우승했다는 생각에 안일해지지 않도록 정신 무장을 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강조했다.

'챔프전 MVP' SK 김선형 "내 농구는 이제 시작…더 성장하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