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부 사상 초유의 순위 싸움으로 끝까지 흥미진진…KB손해보험 '졌잘싸'
코로나19로 완주 실패한 여자부…현대건설 압도적인 기록으로 정규리그 1위
[프로배구결산] ①대한항공, 2년 연속 이방인 조종사로 통합우승 달성
2021-2022시즌 한국프로배구 남자부 마지막 장면은 지난 시즌과 흡사했다.

주장 한선수 등 대한항공 선수들이 포효했고,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을 우승으로 이끈 '기장'은 작년과 달랐다.

2020-2021시즌 로베르토 산틸리(57·이탈리아) 전 감독의 '열정적인 지휘'로 창단 첫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냉정한 젊은 지도자' 토미 틸리카이넨(35·핀란드) 감독에게 조종간을 맡겨 또 한 번 고공비행했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대한항공은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끝난 KB손해보험과의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역대 최장인 2시간57분의 혈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하며 2년 연속 왕좌에 앉았다.

2017-2018시즌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PO)를 거쳐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구단 처음으로 통합우승의 대업을 이뤘고, 이번 시즌에도 장기 레이스와 단기전 모두 최강자의 자리에 우뚝 섰다.

V리그 남자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규리그 중 쉼표를 찍으면서, 포스트시즌을 단축하기로 했고 역대 가장 짧은 3전 2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이 KB손해보험을 2승 1패로 꺾었다.

[프로배구결산] ①대한항공, 2년 연속 이방인 조종사로 통합우승 달성
2021-2022시즌 남자부에서는 사상 초유의 접전이 벌어졌다.

대한항공도 KB손해보험의 끈질긴 추격에 시달리다가, 정규리그 1경기를 남긴 3월 25일 1위를 확정했다.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성적은 승점 70, 24승 12패다.

2년 연속이자 구단 역대 5번째 정규리그 정상에 선 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 3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가장 치열했던 시즌의 최종 승자'가 됐다.

산틸리 전 감독에 이어 틸리카이넨 감독이 '우승 사령탑'의 왕관을 쓰면서, V리그 남자부 최초로 다른 감독의 지휘로 같은 팀이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이색 기록도 작성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명승부가 펼쳐졌다.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은 3차전 5세트 듀스 접전까지 펼치며, 6개월 동안 V리그와 작별해야 하는 배구 팬들에게 강렬한 추억을 선물했다.

[프로배구결산] ①대한항공, 2년 연속 이방인 조종사로 통합우승 달성
챔피언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KB손해보험은 2021-2022시즌의 빛나는 조연이었다.

KB손해보험은 승점 62, 19승 17패로 구단 최고 순위인 2위를 차지했다.

PO에서 한국전력을 꺾고, 구단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새 역사도 썼다.

'V리그 최고 공격수' 노우모리 케이타를 앞세운 KB손해보험의 약진 덕에 이번 시즌 V리그 남자부는 막판까지 1위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케이타는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역대 남자 챔피언결정전 한 경기 최다인 57점을 쏟아내는 등 '발리볼 킹'다운 투혼을 발휘했다.

눈물로 챔피언결정전을 마무리했지만, 2022년 봄 펼쳐진 '케이타 쇼'는 한국 배구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프로배구결산] ①대한항공, 2년 연속 이방인 조종사로 통합우승 달성
4위 한국전력(승점 56·20승 16패)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3위 우리카드(승점 59·17승 19패)와의 승점 차를 3으로 좁히며 준PO를 성사시켰다.

V리그는 3, 4위의 승점 차가 3 이하면 준PO를 연다.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한국전력은 4월 1일 우리카드를 꺾으며 준PO마저 넘어섰다.

정규리그에서 6번 맞대결해 모두 패한 우리카드를 상대로 거둔 승리여서 더 짜릿했다.

한국전력이 포스트시즌에서 승리한 건 이번 준PO가 처음이었다.

OK금융그룹(승점 44·17승 19패), 삼성화재(승점 44·14승 22패), 현대캐피탈(승점 43·15승 21패)도 6라운드 초반까지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달렸다.

그러나 마지막 6라운드에서 5승 1패를 거둔 한국전력과 달리 현대캐피탈은 2승 4패, OK금융그룹과 삼성화재는 1승 5패로 '전력상의 한계'를 드러냈다.

[프로배구결산] ①대한항공, 2년 연속 이방인 조종사로 통합우승 달성
여자부는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혀 완주에 실패했다.

6라운드 초반이던 3월 21일, 한국배구연맹(KOVO)은 여자부 조기 종료를 결정하면서 5라운드까지 성적으로 순위를 정하고, 포스트시즌은 열지 않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코로나19 여파로 조기 종료한 두 번의 시즌(2019-2020, 2021-2022)에 모두 정규리그 1위에 오르고도, '챔피언' 타이틀을 얻지 못하는 불운을 맛봤다.

그래도 이번 시즌 현대건설은 '역대 가장 강한 팀'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KOVO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팀에 '우승'이 아닌 '1위' 타이틀만 안기면서, 우승을 의미하는 별을 달지는 못했지만,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내내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현대건설은 6라운드 첫 경기까지 28승 3패·승점 82로 여자부 역대 최다승과 최다 승점을 동시에 경신했다.

KOVO가 2021-2022시즌 공식으로 인정하는 1∼5라운드 성적은 승점 80(27승 3패)이다.

이 기록만으로도 2021-2022시즌의 현대건설은 역대 최강팀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현대건설은 V리그 최초로 단일 시즌에 10연승을 두 차례 이상 달성했고, 최소 경기 20승(21경기) 기록도 세웠다.

27경기 만에 26승(1패), 승점 76을 쌓아 2012-2013시즌 우승팀 IBK기업은행(25승 5패·승점 73)이 작성한 역대 단일 시즌 최다승·최다 승점 기록도 넘어섰다.

V리그 최초 개막전 포함 12연승, 여자부 역대 최다 연승인 15연승 신기록도 각각 세웠다.

[프로배구결산] ①대한항공, 2년 연속 이방인 조종사로 통합우승 달성
잠시나마 현대건설을 위협한 팀은 한국도로공사뿐이었다.

한국도로공사는 5라운드 종료 기준, 승점 66(23승 7패)으로 2위를 차지했다.

현대건설에 시즌 첫 패를 안기고, 구단 최다 기록인 12연승을 내달리는 등 '잘 싸운 2등'으로 남았다.

2020-2021시즌 여자부 최초로 트레블(컵대회·챔피언결정전 우승, 정규리그 1위)을 달성한 GS칼텍스는 3위로 체면치레를 했다.

KGC인삼공사는 4위의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조송화 훈련 이탈과 서남원 전 감독 경질 등 심각한 내홍을 겪은 IBK기업은행은 '최고 인기 팀'의 자리는 지켰지만, 5위로 시즌을 마쳤다.

김호철 감독 부임 후 팀 분위기를 다잡은 게,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리빌딩에 집중한 흥국생명은 6위를 했다.

KGC인삼공사와 흥국생명은 시즌 종료 뒤 각각 이영택 전 감독, 박미희 전 감독과 결별했다.

[프로배구결산] ①대한항공, 2년 연속 이방인 조종사로 통합우승 달성
페페저축은행의 창단으로 V리그 여자부는 '7구단 시대'와 '광주 시대'를 동시에 열었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했다.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V리그에 합류한 페퍼저축은행은 3승(27패)만 거둬, V리그 역대 최소 승 불명예 타이기록(2006-2007시즌 KT&G의 3승 21패)을 세웠다.

V리그의 벽을 실감한 페퍼저축은행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세터 이고은을 영입하는 등 전력 보강에 나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