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리키 료 꺾고 한국 우승 확정…"미위팅과 재대국이 전화위복"
커제 논란엔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경기…커제, 언행 조심하기를"
한국의 농심배 2연패 이끈 신진서 9단 "커제 좀 별로였다"(종합)
신진서(22) 9단이 농심배에서 파죽의 9연승을 달리며 한국의 대회 2연패를 완성했다.

신진서는 26일 한국기원과 일본기원에서 온라인 대국으로 열린 제23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국에서 일본의 이치리키 료(25) 9단을 꺾고 한국의 우승을 확정했다.

농심배는 한국·중국·일본 3국에서 5명씩의 프로기사가 출전, 연승전 방식으로 우승국을 가리는 국가대항전이다.

지난 대회에서 끝내기 5연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결정지었던 신진서는 올해 대회에서도 파죽의 4연승으로 중국과 일본 기사들을 연파했다.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신진서는 미위팅 9단(중국), 위정치 8단(일본), 커제 9단(중국)을 연달아 제압한 뒤 일본 마지막 주자 이치리키까지 잡아내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22일부터 닷새 동안 매일 대국에 나선 신진서는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피곤한 모습으로 시상식 장소에 나타났다.

신진서는 "대국이 이어지면서 기세는 좋아졌지만 쌓였던 피곤이 마지막 대국에서 나타난 것 같다"며 "오늘 경기 중반까지는 마음에 들었는데, 마지막에 좀 안 좋았다.

다행히 시간이 많이 남아서 잘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대국으로는 22일과 23일 연달아 치렀던 미위팅과의 대국을 들었다.

신진서는 22일 미위팅과의 첫 번째 대국에서 미위팅이 시간 내에 착점하지 않아 시간승을 거뒀지만, 중국 측의 이의제기로 대국 자체가 무효 처리되면서 23일 재대국을 치러야 했다.

이에 대해 신진서는 "미위팅과의 경기는 초반에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단체전이고 중요한 시합이다 보니까 최대한 수를 찾자고 마음을 가지면서 견뎌낸 것 같다"며 "재대국 판정이 아쉬웠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농심배 2연패 이끈 신진서 9단 "커제 좀 별로였다"(종합)
라이벌 커제를 무찌른 25일 세 번째 대국은 신전서의 올해 최고의 대국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신진서는 "커제와의 대국은 프로기사라면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며 "초일류 선수와 대국을 하면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데, 어제는 커제가 좀 별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커제가 경기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게 인간인가? 신진서의 이번 대국 장악력은 알파고보다도 더 강하다는 느낌이었다.

신진서를 대적할만한 기사가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불편한 속내를 밝혔다.

커제의 SNS 내용은 얼핏 신진서의 실력을 칭찬하는 듯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앞뒤 맥락을 따져보면 신진서의 부정행위 탓에 자신이 패배했다는 뉘앙스를 내포한 것이어서 논란이 됐다.

개인적 사유로 대국 중 자주 자리를 비우는 신진서를 두고 일부 중국 팬들이 '부정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에 편승한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진서는 "유명한 기사일수록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며 "커제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중국 팬들에게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다음부터는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진서는 2년 연속 한국의 농심배 우승을 이끌면서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기사로 거듭났다.

특히 외국 기사들을 상대로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며 국제대회를 휩쓸고 있다.

신진서는 지난해 6월부터 중국 기사들을 상대로 파죽의 23연승을 달렸다.

전체 외국 기사들을 상대로는 최근 27연승이다.

신진서는 지난해 열린 제22회 농심배에서 5연승을 달리며 한국의 역전 우승을 견인했고, 세계대회인 춘란배와 LG배에서도 우승해 명실공히 최강자로 올라섰다.

신진서는 "한국 팬들의 응원을 많이 받아서 대국 기간 내내 힘이 됐다"며 국제대회 연승의 원동력이 팬들의 응원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