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중곤이 전지훈련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연습 도중 스윙 포즈를 취하며 미소 짓고 있다.  /황중곤 제공
황중곤이 전지훈련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연습 도중 스윙 포즈를 취하며 미소 짓고 있다. /황중곤 제공
‘조용한 강자’ 황중곤(30)이 필드로 돌아온다. 약 2년의 군 복무를 마치고서다. 그는 지난해 11월 전역한 뒤 빠르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로 건너가 전지훈련에 들어간 그는 녹슬었던 칼을 갈고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티샷이 생각보다 좋아서 다행”이라며 “헤드 스피드가 시속 5마일(8.05㎞) 정도 줄었는데, 시즌 시작 전까지 (예전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자신 있다”고 했다.

황중곤은 ‘엘리트 코스’로 일컬어지는 국가대표는 물론 국가상비군에도 든 적이 없다. 프로 데뷔 후에야 잠재력이 만개했다. 2011년 일본프로골프(JLPGA)투어에 먼저 데뷔했고 이듬해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일본에서 4승, 한국에서 2승을 거뒀다.

스피드를 좋아하는 스포츠카 마니아인 그는 골프장에선 승차감 좋은 ‘고급 세단’처럼 클럽을 다룬다. 물 흐르는 듯한 스윙이 그의 무기다. 팬들은 그의 스윙을 보고 ‘한국의 어니 엘스’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출력은 고성능 세단급이다. 2018년 코리안투어 장타 순위에서 2위(299.69야드)를 기록했다. 황중곤은 “코어 힘이 좋아서 빠른 스윙이 나오는 것 같다”며 “롤 모델이 (어니) 엘스인데 기분 좋은 별명이다. 계속 지금의 템포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입대 직전엔 상한가를 찍었다. 2019년 말 세계랭킹에서 94위에 올라 ‘톱 클래스’로 분류되는 세계 ‘톱100’에 들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아니라 세계랭킹 포인트가 낮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KPGA코리안투어에서만 뛰고도 이뤄낸 성과였다. 황중곤은 “(군대를) 언젠간 가야 했고, 그렇다면 지금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돌아와서도 실력을 되찾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프로무대를 주름 잡던 그의 선배들도 이른바 ‘군백기’, 즉 군에서 보낸 2년의 공백기에 발목이 잡혀 애를 먹고 있다. 침착한 성격의 황중곤도 마음이 조급했다. 그는 “입대 후 중계방송을 가끔 봤는데 몸에서 ‘피가 끓는 느낌’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스스로 ‘조급해하지 말자’고 브레이크를 걸었는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물론 2년 동안 얻은 것도 있었다. 세무서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그는 입구의 안내데스크에서 고객 응대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많았다고 했다. “세무서에 좋은 일로 찾아오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감정이 격앙돼 있는 분들을 마주하는 게 일과였죠. 그러다 보니 더 감정 컨트롤을 잘하게 된 것 같아요. 선수들의 감정을 받아내는 캐디의 마음도 알게 됐고요. 복귀 후엔 캐디와 호흡을 더 잘 맞출 수 있지 않을까요.”

황중곤은 새 시즌을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한몸 같던 안경도 벗었다. “안경을 착용하면 편하지만 비가 오면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앞으로는 렌즈를 끼고 경기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지난 5년간 스윙코치 없이 지냈지만, 복귀를 앞두고 여자 세계랭킹 1위 고진영(27) 등을 가르치고 있는 유명 골프 레슨가 이시우 코치와 손잡고 실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과 국내 투어를 병행한 뒤 오는 9월 열리는 PGA 2부(콘페리)투어 파이널시리즈에 출전하고, PGA 정규투어에 진출하는 게 최종 목표다. 황중곤은 “나는 단거리 선수보다는 마라톤 선수에 가깝다”며 “빠르진 않지만 꾸준한 속도로 언젠가는 결승선에 다다를 것이다. PGA투어를 향해 달리겠다”고 강조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